"우리은행이 만들면 법" 금융정책 '산파'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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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만들면 법" 금융정책 '산파'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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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미사용계좌 거래중지·지연인출제도 확대 등 선도…금감원 '따라잡기'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우리은행(행장 이광구)이 자체 개발한 정책들이 사실상 정부 정책으로 발표되는 등 금융권 '정책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장기미사용 계좌에 대한 거래중지제도'와 '30분 지연인출제도' 등을 앞세워 금융당국을 대신한 듯 소비자 피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감독원이 도리어 '우리은행 따라잡기' 행보를 잇고 있는 모습이다.

◆ 우리은행 대포통장 근절 선도…금감원∙타행들 눈치 보며 '슬슬'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13일부터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장기미사용 계좌에 대한 거래중지를 시행했다.

중지 대상은 예금잔액 1만원 미만에 1년 이상, 1만원 이상~5만원 미만에 2년 이상, 5만원 이상~10만원 미만에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 등이다.

장기간 입출금 거래가 없는 기존 소액통장이 범죄자금의 이동경로인 대포통장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뒤늦게 관련 정책에 대한 공문을 각 시중은행에 보내 장기미사용 계좌에 대한 거래중지 시행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과 26일에, 하나은행은 지난 13일 각각 관련 제도를 실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19일 300만원이상 입금될 경우 30분이 지나야 자동화기기(CD∙ATM)에서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지연시간을 기존 10분에서 30분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시중은행 최초로 진행했다.

이어 자동화기기 30분 지연인출제도의 금액한도를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관련 정책을 독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 9월 '100만원∙30분'으로 지연인출제도가 확대 시행될 예정이라는 부연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100만원∙30분' 정책도 우리은행이 금감원 측에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5월 지연시간 확대 이후 시중은행들 대부분이 이를 따르고 있지만 특별한 민원 증가는 없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소비자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뤄왔던 관련 정책이 우리은행의 앞선 움직임으로 실현된 셈이다.

◆ "9월 전 은행에서 100만원∙30분 지연인출∙이체 동시 시행"

금감원 관계자는 "지연인출제도 확대와 관련해서는 7월 현재 시중은행들 모두 검토 중"이라며 "올 9월초쯤 전 은행이 동시에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관련 정책들을 우리은행이 선 도입한 점에 대해서는 "은행이 먼저 하겠다는 건 금감원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라며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따라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들과도 협의, 9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연인출뿐 아니라 지연이체까지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이 입금될 경우 그 금액을 30분 뒤에나 송금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강화된다는 의미다. 7월 현재 이체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제한이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장기미사용 계좌 1일 인출한도 70만원' 제도도 지난 4월 우리가 먼저 시행했다"며 "부행장이 보이스피싱 예방에 관심이 높아 관련 제도들을 잇따라 확대,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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