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손자 1800억원 '주식王'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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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손자 1800억원 '주식王'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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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수백억원대 증여·상속 사회정서 뒷전…"주주이익 챙겨야"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손자인 A군은 시가총액 260억원이 넘는 주식의 실소유주다. 초등학교 5학년이다.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의 11세 동갑내기 두 아들은 각각 6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임성기 회장의 손자에 비하면 가난한 수준이지만 부자의 범주임에는 틀림 없다.

국내 제약업계가 어린 자녀·손자들에게 수백억원대의 지분을 유행처럼 증여·상속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가업 굳히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정서'에 반하는 만큼 반발여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 12살도 안됐는데 십억대 주식 부자…가족중심 지배문화 '눈총'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20대 어린이(만 12세 미만) 주식부자 가운데 절반은 제약업체 총수일가의 2·3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위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주들이 휩쓸었다.

임 회장의 12세 친손자가 264억4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했다. 나머지 7∼11세 친·외손주 6명은 똑같이 258억3000만원씩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2012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증여받거나 무상 신주 취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사이언스는 주요 자회사인 한미약품의 지분 41.37%를 확보하고 있다.

전체 구조를 보면 임 회장이 36.22%에 해당하는 2071만4199주를 보유하고 있고 21명의 친인척이 25.72%를 갖고 있다.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의 11세 동갑내기 두 아들은 할아버지인 황준수 서울제약 창업자로부터 증여 받은 50억9000만원어치의 주식으로 인해 '부자 상위권'에 들었다. 황우성 회장이 25.29%, 황 회장의 동생 2명과 아내, 제수, 아들, 조카 등 9명이 31.02%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상태다.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의 아들도 41억4000만원어치의 주식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제약회사가 연구개발(R&D)보다 회사 소유권을 강화해 안정적인 가업으로 안착시키는 데 더 주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주 어린 친인척에게 주식을 선물하는 행위가 맨 처음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후 여러 제약업체들이 이를 따라 하면서 전반적으로 퍼진 것 같다"며 "비슷한 매출규모의 많은 중견기업들 중에도 이런 예는 찾기 힘든 만큼 몸집은 커졌지만 지배문화는 동네 약방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가족 소유 기업으로 굳어질수록 주주이익이 침해될 소지가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제약업계 어린 자녀에게 지분 증여 만연" "경영진 견제 필요"

어린 자녀에게 거액의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하는 등 '사회적 정서' 돌보기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많이 올라서 이 지분을 보유한 임 회장의 3세들이 어린이 주식부자 상위권에 오른 것일 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주이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안상희 연구위원은 "총수일가에 지분이 집중된 기업은 경영권 방어와 기업의 존속을 목표로 삼는 경향이 크다"며 "이런 기업에선 경영진 견제를 위한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데 국내에선 아직 미흡한 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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