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승인비중, 수요 많은 서울은 겨우 14%
[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젊은 층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행복주택' 사업에서 정작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지역의 공급 물량 비중이 작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는 주택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부동산시장 회복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행복주택 사업승인이 완료된 가구는 총 2만7493가구로 집계됐다.
행복주택이란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의 주거 불안 문제를 해소하고자 공급되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약 14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승인 현황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시(11곳, 3898가구), 경기도(13곳, 1만2520가구), 인천(3곳, 2316가구), 대구(2곳, 2122가구), 충북(1곳, 296가구), 충남(4곳, 2918가구), 광주(3곳, 2150가구), 경남(1곳, 480가구), 대전(1곳, 181가구), 전북(1곳, 612가구) 등이다.
가구 수 기준 지역별 비중으로는 경기도가 45.5%로 가장 높았다. 정책 수립 당시 가장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 서울의 비중은 14.2%로 경기도에 한참 못 미쳤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전세금 상승 현상이 먼저 서울 중심으로 나타난 뒤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서울 지역의 주택 수요층은 상대적으로 큰 반면 행복주택 공급 물량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복주택의 주요 입지 조건은 직장과 학교가 가까우면서 저렴한 임대료에 부합하는 곳이다. 정부는 주로 공공용지, 도시재생 용지, 공기업 용지 등을 행복주택 대상부지로 선정했다.
임병철 책임연구원은 "경기도와 달리 서울에서는 대규모로 택지 개발할 곳이 많지 않고, 지역 주민의 반발도 있어 행복주택 추진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경우 오류·가좌·공릉 등 철도부지 3곳과 목동·잠실·송파 등 유수지 3곳을 시범지구로 정했는데, 목동·잠실·송파는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사업을 강행하지 않고 지자체가 대안을 제시하면 이를 검토·수용해 최대한 갈등 없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종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입지가 가장 우수한 목동·잠실·송파지구는 사업 추진이 중단됐는데 앞으로 이와 같은 지역이 또 나올 가능성이 커 행복주택 부지 선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기관들은 지금의 심각한 주택난이 계속되면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경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노무라,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해외 IB의 전망을 인용해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면 주택 소유주의 소득은 확대되지만, 임대업자들이 예금수익률을 만회하고자 전세가격을 인상해 세입자의 소득을 추가로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젊은 세대의 주택매입 활성화를 통한 주택시장 부양이 경제심리 개선에 크게 기여해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를 견인할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은 소비심리와 경제성장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