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CGV '스크린 갑질' "우리 영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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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CGV '스크린 갑질' "우리 영화만"(?)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1월 26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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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억 과징금-검찰고발 '문화권력' 앞 '무색'…"원칙 지키고 있다"
▲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직장인 김모(서울 용산구)씨는 최근 주말을 이용해 영화 '언브로큰'을 보려다 크게 실망했다.

집 근처 용산CGV에서 아예 상영관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강남CGV에서는 관람이 가능했지만 자정을 넘긴 오전 12시30분 단 1차례만 상영되고 있었다. 결국 김씨는 가장 많은 시간대에 배치돼 선택의 폭이 넓은 '국제시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게 되더라"면서 "대기업이 정해주는 영화를 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결국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1000만' 영화가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스크린수 1, 2위 CJ E&M 배급 작품

업계 1위 영화배급사 CJ E&M이 자사 영화체인 CGV의 상영관을 사실상 독점, 문화권력을 쥔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계 당국의 폐단 지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5일 영화계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FIC)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CJ E&M이 배급한 '국제시장'은 개봉 후 1개월이 지난 20일까지 전체 스크린 수 1위를 지켰다.

△스크린수 △스크린점유율 △상영횟수 △상영점유율 1위는 모두 '국제시장'이 가져갔다. 이어 지난 17일 CJ E&M이 새롭게 배급한 '오늘의 연애'는 개봉과 동시에 스크린 수 2위를 점했다.

스크린 배정의 기준이 되는 '좌석점유율'은 스크린 수와 비례하지 않는다.

20일 기준 개봉작 중 좌석점유율 1위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위는 '인터스텔라'다. 하지만 이날 스크린수 1위는 '국제시장'이 690개로 1위, '오늘의 연애'가 621개로 2위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24개로 19위다.

또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주말동안 국제시장의 좌석점유율은 39.1%였다. 좌석수 291만372개. 이 중 113만5045개의 좌석이 찼고 177만5327석이 비어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기간 국제시장의 스크린 수는 역시 1위였다.

상영관의 절반 이상이 비어있음에도 상영관을 줄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가장 많은 상영관을 열어두고 가장 많은 시간대를 배치함으로써 관객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GV 등 대기업계열 영화배급사들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을 이유로 이미 지난달 22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55억원의 처분을 받았다.

CGV는 지난 2012년 CJ E&M이 배급한 '광해'의 좌석점유율이 경쟁영화보다 떨어져 종영하거나 스크린 수를 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총 4개월간 연장 상영한 점 등을 지적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3년간 이들 회사가 제작하는 한국영화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1000만 돌파 이후 좌점율이 타 영화에 밀리면서도 스크린 수 1위를 지킨 '국제시장'의 상황에 비춰볼 때 정부의 '경고' 자체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화소비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한 포털사이트 청원게시판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청와대를 향한 '보고 싶은 영화를 보게 해주세요'라는 이름의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총 2600명이 넘는 문화소비자가 참여했다.

해당청원사이트 게시 글은 '(대기업 영화들이) 관객이 많아서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는 게 아니라 (작은 영화들에) 상영관을 제대로 열어주지 않으니 관객수가 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천만영화는 관객이 아니라 자본이 만드는 것'이라면서 '또 다른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흥행 실패가 이 같은 문제 의식 발현에 도화선이 됐다.

호평이 이어지면서 이 영화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크린 확대 운동이 벌어질 정도다. 입소문을 타면서 좌석점유율이 '국제시장'과 '오늘의 연애'를 제쳤지만 상영관은 늘지 않고 있다.

해당 영화 배급사 대표는 최근 사의를 표했다. 표면상 이유는 '흥행 실패'지만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불공정 행위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풀이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 "좌석 점유율 등 고려해 스크린 지정 원칙 지키고 있다"

CGV관계자는 "좌석점유율과 예매율, 배우와 감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객 수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스크린을 내준다"면서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스크린 갑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변호인, 인터스텔라 등 CJE&M에서 배급하지 않은 영화들이 1000만을 넘겼을 때도 (국제시장과) 스크린 수는 비슷했지만 '갑질'이라는 비판이 없다"면서 "CJ E&M 영화가 잘될때만 유독 불공정행위, 수직계열화 등의 비판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영화제작가협회는 지난달 공정위 제재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수직 계열화를 구축한 대기업의 영화시장 독과점과 우월적 지위 남용을 통한 불공정 거래로 국내 많은 중소 제작·배급사는 곤경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 곳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따른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수직계열화의 해체, 즉 상영과 배급의 분리에 관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국의 영화산업 시장은 더욱 공정하고 성숙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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