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우리은행(행장 이광구)이 '기부금리'로 빠져나가는 이자수익을 '우대금리'로 일부 포장,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받을 수 있는 금리소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벌인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사실상 연 2.10% 상품…KB국민∙하나은행과 '대조'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자사 '우리겨레통일정기예금'의 최고금리가 연 2.20%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6월 출시 이후 4만8581계좌·6564억원 실적을 달성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예금 우대이자금액이 대한적십자사로 자동 기부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부된 금액은 남북교류기금으로 사용된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1년 약정 상품으로 기본 연 2.10% 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기부이체 동의를 하면 0.1%포인트를 우대해준다. 인터넷∙스마트뱅킹을 통해 가입을 희망하는 경우 동의 사항은 의무다.
문제는 금전적 추가 이익과 무관함에도 '우대금리'라는 문구를 우리은행 측이 마케팅 과정에 활용하면서 흡사 추가금리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혼선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통상 '우대금리'란 신용카드실적∙예금잔액 등 일정조건을 충족시키면 소비자가 실제 받을 수 있는 세전 금리를 의미한다.
NH농협은행 '통일대박 정기예금'의 경우 통일염원 활동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연 금리 0.1%포인트 추가 제공한다. 통일 관련 활동을 유도하면서도 소비자가 우대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은행의 '통일기원적금'도 통일희망 메시지를 작성할 경우 연 0.1%포인트 우대해준다. 소비자가 수령할 수 있는 이자액이다.
기부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예∙적금들 중에서도 우대금리 전액을 기부하는 상품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나은행 '바보의 나눔 적금'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에게 0.5%포인트 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예금액의 전액 혹은 일부를 기부 등록하면 0.3~0.5%포인트 우대해준다. 다만 1계좌당 100원씩 은행이 자체적으로 '바보의 나눔' 재단에 기부하기도 한다. 예금액 기부 등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소비자가 간접적으로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 'KB사랑나눔적금'의 경우 봉사활동 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연 0.3%포인트 추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부나 봉사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등록 건당 500원씩 은행 측에서 기부금으로 출연∙부담한다.
유사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오해할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우리은행의 사전 인지노력에 얼마만큼 있었냐는 대목에 의혹이 드리워진다.
◆ "우대금리 용어 적절치 못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마케팅을 벌이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실제 받는 이자금액에 대한 설명을 얼마만큼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도 "소비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최고 연 2.2%라는 문구는 크게 해두고 우대금리가 기부된다는 사실은 조그마한 글씨로 명시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라며 "여기서 '우대금리'라는 용어 자체가 적절치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측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