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봉' 취급 새해에는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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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봉' 취급 새해에는 달라져야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2월 22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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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봉' , '호갱님'(호구+고객님)….

올 한해 소비자들에게 붙여진 달갑지 않은 꼬리표다.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허위·과장 광고로 제품을 팔다 관리당국의 철퇴를 맞은 기업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왔다. 

"소비자 권익보호를 강화하겠다", "소비자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던 기업들의 다짐은 '작심삼일'에 그친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KT 홈페이지 해킹으로 1170만8875건의 정보가 유출, 중복 이용자를 제외하고 981만8074명이 피해를 입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신용카드번호, 카드유효기간, 은행계좌번호, 고객관리번호, 유심카드번호, 서비스가입정보, 요금제 관련 정보 등 12개 항목이다.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

분노한 소비자들은 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수집한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하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다.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호갱님'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단말기 유통과 지원금 지급 규모를 투명하게 하고, 소비자 누구나 차별 없이 지원금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도입됐으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이 많다.

이동통신 3사는 단통법이 시행된 지 채 1개월도 되지 않아 '아이폰6' 등에 대해 차별적인 단말기 지원금을 지급하다 덜미를 잡혔다. 약정요금할인, 카드할인 등을 보조금에 포함시키고 '1원폰'이라고 홍보하는 꼼수 영업도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는 수년간 경품사기로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고가의 외제 승용차 등을 빼돌리다 덜미를 잡혔다. 경품행사에 응모한 개인정보 수십만 건을 보험회사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신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식으로 홍보하며 운동화를 판매한 업체들도 있었다.

아디다스코리아, LS네트웍스, 이랜드월드 등은 일반 운동화와 성능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일부 기능성 제품을 마치 다이어트 제품이나 의료기구처럼 광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를 우롱한 스포츠∙패션기업에 과징금 10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힘든 한 해였다는 목소리도 있다.

동서식품은 대장균군이 발견된 불량 시리얼을 폐기하지 않고 정상 제품에 섞어 판매했다. 크라운제과는 식중독균이 검출된 과자를 5년간 판매해오다 적발됐다.

소비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겼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들에게 받은 기업들의 2014년 성적표는 '우수'는커녕 '낙제'에 가깝지 않을까.

우울한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어려운 응용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해서라기 보다 기본을 잊었다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법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된 상품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허위∙과장 없이 진실로 소통하는 '기본' 말이다.

2015년에는 소비자를 '봉', '호갱님'으로 전락시키는 기업 대신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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