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삼성-한화 2조원 '빅딜' 재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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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삼성-한화 2조원 '빅딜' 재계 '지각변동'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1월 27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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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화학·방산' 삼킨 한화 순위 수직 상승…이재용 전자·금융·건설 승계 주력
   
  ▲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26일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의 매각·인수를 통해 사업부문 '빅딜'을 단행했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을 비롯한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전격 매각하면서 재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계약 규모가 시장가격 2조원에 육박, 재계순위 10위 였던 한화그룹은 단숨에 9위인 한진그룹과 자리를 바꾸게 됐다. 

17년 만에 계열사 매각이라는 '강수'를 둔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과 관련한 이재용 부회장 역할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을 둘러싼 주요 사안들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Q. 말 그대로 '빅딜(big deal)'이다.

==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26일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 매각·인수를 통해 사업부문 '빅딜'을 단행했다.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이다. 계약 규모는 시장가격으로 1조9000억원대. 향후 경영성과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어 전체 빅딜 규모는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한꺼번에 묶어 매각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Q. 이번 매각 작업이 누구의 주도로 이뤄졌는지도 관심사다. 이재용 부회장이 뚜렷한 역할을 했다는 관측도 있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6개월 넘게 장기 입원해 있는 가운데 이뤄진 계약이라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한화그룹의 제안에 따라 협상이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한화가 방산부문인 삼성탈레스의 사업부 인수를 제안한 것이 이번 빅딜의 시초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이번 복수의 계열사 매각 작업과 관련, 어떤 형태로든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Q. 매각된 삼성 계열사 중 주식시장에 상장된 곳은 삼성테크윈이 유일하다. 시장 반응은 어떤가.

== 부정적 우려가 먼저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를 840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으로의 매각 결정 전에 MSCI 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 이미 악재를 만난 상태다. 세계적 주가지수인 MSCI의 한국지수 구성 종목이 정기 변경되면서 삼성테크윈이 제외됐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수많은 지수펀드가 추종하는 운용 기준이기 때문에 이 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되면 외국인 투자자 수급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여기에 주인이 '삼성'이 아닌 '한화'로 바뀌면서 이른바 '삼성 프리미엄'까지 잃게 된다. 삼성테크윈이 기존에 삼성 브랜드로 진행해왔던 CCTV·칩마운터 사업에 차질이 예상, 삼성중공업 등 계열사와의 협업이 기대됐던 종합설계시공(EPC) 사업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Q. 삼성그룹은 기초화학 부분 계열사로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은 남겨뒀다. 이유가 있나.

==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은 삼성그룹 신수종 사업의 하나인 2차전지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2차 전지는 충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로 삼성SDI가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8월부터 삼성SDI에 2차전지 소재의 하나인 양극활물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전자에 반도체 현상액, 레이저 프린터 토너 등도 공급한다. 삼성정밀화학의 전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자치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삼성BP화학이 만드는 초산은 의약품·사무기기 잉크, 초산비닐은 LCD·태양광 소재 등에 활용된다.

Q. 이번 매각으로 삼성그룹의 3세 승계구도가 더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다소 애매하게 남아있던 화학사업에서 삼성이 손을 뗀다. 그룹 구조는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 된다. 그동안 설득력을 얻던 시나리오는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부문을 맡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상사·중화학,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것이었다. 화학부문이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을 빼고 모두 한화에 넘어가면서 화학부문 계열사 승계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부문 등을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상사 부문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건설사업부문은 삼성물산(토목·건축·주택), 삼성중공업(토목·건축), 삼성엔지니어링(플랜트), 제일모직(골프장·리조트 건설)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다. 추후 정리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상사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과 미디어·광고 부문인 제일기획으로 분야가 정리돼 있다.

Q. 삼성그룹이 다른 기업에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 지난 3월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합작사인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TSST)를 협력사인 옵티스에 팔기로 했다. 작년에는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사에 팔고, 코닝의 전환우선주를 사들였다. 2012년에는 호텔신라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하던 아티제를 대한제분에 팔았다. 2011년에는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에서 철수, 아이마켓코리를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여러 계열사를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와 다른 점은 정부의 구조조정 명령 등 외부 영향력 없이 스스로 매각한 것이다. 과거를 보면 1995년 지분 100%를 인수한 컴퓨터 제조·판매업체 AST와 화합물 반도체 업체인 삼성마이크로웨이브반도체(SMS)를 정리했다.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프랑스 토탈사에 매각, 8억 달러의 외자를 들여왔다. 한국휴렛팩커드(HP) 지분 45% 전량을 미국 HP에 매각했다. 1980년대 미국 GE와 합작한 삼성GE의료기기의 지분도 팔았다. 미국 뉴저지 삼성본사 건물은 현지 부동산회사 웰스포드에 넘겼다.

Q.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15년만에 정유사업에 다시 뛰어들게 되는데.

== 한화그룹이 삼성의 석유화학 계열사 중 정유사업에 뛰어든 삼성토탈을 인수한다. 삼성토탈은 삼성종합화학과 프랑스의 토탈사가 5대 5로 합작한 석유화학업체다. 삼성석유화학을 흡수 합병한 삼성토탈의 대주주 삼성종합화학도 이번에 한화에 인수된다.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에 대한 경유 공급업체로 선정된 이후 납품품목을 휘발유로 확대하며 점차 제5의 정유사로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내년 삼성토탈의 휘발유와 경유 생산량은 50만t, 100만t에 달하고 항공유 생산량도 200만t에 육박할 전망이다.

1970년 경인에너지 설립를 통해 정유사업에 뛰어들었던 한화는 외환위기 당시 현대그룹과 빅딜을 통해 정유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Q. 한화그룹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텐데.

== 자산규모 37조원인 한화그룹은 자산가치 13조원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자산규모를 50조원 대로 늘리게 된다. 재계 서열 9위로 도약하는 셈이다. 석유화학과 방산 부문에서는 모두 국내 1위 자리에 오른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그룹 성장의 모태로 인식돼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 것으로 자평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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