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김성훈 교과평 원장 뒷목 잡은 '억'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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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소설] 김성훈 교과평 원장 뒷목 잡은 '억' 스파게티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30일 0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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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1곳에서 3년간 8억 결제 "카드깡 아니냐" vs "자주 갔을 뿐"
   
▲ 자료사진(사진=보나베띠 페이스북 캡처)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아니 잘 먹고 많이 먹은 것도 죄가 됩니까?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성훈 원장실에서 '신나게' 깨지고 돌아온 A부장은 입이 쓴 듯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국정감사장에서 그까짓 '밥값' 때문에 크게 망신을 당하고 돌아온 김 원장의 화풀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화살은 아래직원들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눈치 없이 '잘 먹은 죄'다.

"먹다 보니 8억 됐지, 누가 식대 일일이 계산해가며 쓴답니까? 그것참 우리만 나쁜 사람 됐어요."

B부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책을 당한데다 국무총리까지 나서 책임을 추궁하자 슬슬 등줄기가 서늘해지던 참이었다.

C센터장은 슬그머니 원장실을 책망했다.

"아니 왜 말을 못한답니까? 당당하게, 어? 내 직원들 배불리 먹은 게 뭐가 그렇게 큰 죄냐 우리가 80억을 썼냐 3년간 겨우 8억이다, 이 정도도 못 먹고 일하냐 큰 소리 왜 못 치냔 말입니다."

◆ 밥 잘 먹은 죄밖에…

'꼬르륵~'

정오가 되려면 한참 남았건만 야속한 배꼽시계가 밥을 재촉한다. 사무실 누구도 선뜻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눈치 작전이다. 마른 침 삼키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이다.

"파스타 먹으러 갑시다~"

늘 우렁차게 앞장서던 D대리는 유난히 조용하다. 짐짓 모니터만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다.

'8억 파스타' 후폭풍에 직원들의 사기가 푹 꺾였다. 점심 맛있게 먹고 힘내서 일하자고, 눈치보지 않고 만찬을 즐겼던 시절이 새삼 그립다. 하루아침에 눈칫밥 먹는 신세로 전락했다.

법인카드, 화수분 같았던 '법카'의 달콤함도 이제 안녕이다.

'어쩌다 보니' 대식가들만 모인 거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 먹은 죄밖에 없는데 마치 범죄자라도 된듯 취급 받으니 억울해서 없던 입맛도 뚝 떨어질 지경이다.

3년간 지출된 파스타값 8억2253만원. 3년간 교육과정평가원 직원 1명당 '고작' 203그릇의 파스타를 먹은 정도의 비용이다.

"그러니까 그게 뭐요."

E과장은 못내 억울해 입이 나왔다. 3년간 직원 1명당 203그릇이면 1년간 평균 70그릇이 채 못 된다는 계산이다. 아니 그쯤이야 왜 못 먹어? 먹는 낙이라도 있어야지 '치사하게' 밥값으로 구박(?)하는 정부가 야속타.

12시가 넘어가자 직원들 일부는 슬그머니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책상 위로 올려놓는다. 일부는 1000원짜리 김밥 1줄로 때우겠단 계산이다. 편의점 삼각김밥도 등장했다.

파스타, 스테이크, 향이 좋은 와인으로 푸짐했던 옛날에 비하면 애처로운 수준이다. 먹는 기쁨이 사라진 사무실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처럼 활기를 잃고야 말았다.

◆ "하루 7번 결제에 315만원…카드깡 의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특정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에서 3년 동안 법인카드로 8억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해 시끄럽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평가원은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파스타 업체 '보나베띠'에서 총 8억2253만원(4751건)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간 경상운영비의 15%에 달하는 금액이다. 파스타 1인분의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잡았을때 3년간 5만4856인분의 파스타를 먹은 셈이다.

평가원 직원이 모두 269명, 식당의 최대 수용인원이 80명이라는 점에 비춰 3년6개월간 685회의 회식을 했다는 계산도 나온다. 어림잡아 2일에 1번꼴로 회식을 즐겼다는 얘기다.

김상민 의원은 "비정상적인 법인카드 사용으로 카드깡 등의 심각한 문제점도 의심된다"면서 경찰조사까지 언급, 경고를 보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향후 최대한 예산을 절감하고 예산 집행이 특정식당에 편중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큰 단골'을 잃은 보나베띠에 '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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