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대자동차 주차장 '애사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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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현대자동차 주차장 '애사심' 넘친다?
  • 여헌우 기자 ye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31일 0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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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비중 98% '압도' 일부 수입차 '연구용'…"폐쇄적 기업 문화"
   
▲ 현대차그룹 주차장에 세워진 르노 클리오(위)와 레인지로버 이보크(아래).

[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주차장.

이른 아침 낯선 차량이 이목을 끈다. 일반도로 위에서는 만나본 적 없는 모델이다. 르노의 미니밴 '시닉'이다. 국내에 정식 출시·판매되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이 쉽게 구경하기 힘든 차다.

쏘나타·그랜저 등 현대차로 가득한 줄 알았던 그들 주차장의 '반전' 풍경이었다. 사연이 있었다.

◆ 현대차 비중 60% 육박…수입차 '쥐꼬리'

기자는 지난 1개월여간 현대차그룹 주차장 곳곳을 살폈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사이 무작위로 지상 주차장 2~8층을 오르내렸다.

각 층별로 약 100~110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다. 주차공간이 협소해 곳곳에 차들이 얽혀있는 모습은 흔하다. 정식 주차 가능 면수는 층당 77~80면 수준이다.

1일 400여대씩 10일간 약 4000대의 브랜드를 확인했다. 이중 2318대는 현대차였다. 60%에 달하는 비중이다. 기아차가 약 38% 점유율로 2위를 달렸다. 2~3% 정도는 다른 브랜드 차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BMW 328i·520d, 미니 쿠퍼, 벤츠 GLA·CLA, 캐딜락 CTS, 레인지로버 이보크, 토요타 프리우스·라브4, 렉서스 ES300h, 혼다 어코드, 포드 포커스, 아우디 A5, 폭스바겐 골프 등이 확인됐다.

국산차는 한국지엠 트랙스, 르노삼성 QM3 정도가 포착됐다. 쌍용차는 전무했다.

르노 시닉·클리오, 폭스바겐 업 등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차들도 눈에 띄었다. 현대차의 중국 전략형 모델인 미스트라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본사 기획팀 등에서 상품 연구를 위해 구입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해외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 모델을 직접 들여오기도 한다는 부연이다.

"직원들은 거의 다 현대·기아차를 탑니다. 현대차 직원이 기아차를 타도 눈총을 받는 경우가 있죠.다른 브랜드 차량은 대부분 연구를 위해 들여온 것이거나 외부인들이 타는 차라고 보면 됩니다."

"다른 브랜드 차량을 탈 경우 사원증이 있어도 입구에서 진입 자체를 저지당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곳 관계자들의 얘기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차 미스트라, 캐딜락 CTS, 미니 쿠퍼, 르노 시닉.

◆ 폐쇄적 기업 문화 아쉬워

일반 직원들이 다른 브랜드 제품의 장·단점을 직접 접할 기회는 거의 없을 것 같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자사 핸드폰 외 아이폰 등을 쓰는 것에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 상품 사용을 통해 우리의 약점을 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접 체험을 통해 객관적 비교·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타사 자동차 타기를 회사 차원에서 권장해야 한다는 얘기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직원들이 몸소 느낀 장·단점이 제품 개발은 물론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연간 800만대 가까운 차량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 현대차그룹이 넘어야 할 산은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의 적(문제점)이 세계시장에서는 오히려 더 큰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글로벌 명품 자동차 기업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사 제품만을 고집하는 폐쇄적 사내문화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준 높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정 정도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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