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뜯고 생떼 '블랙컨슈머' 기업 경쟁력 좀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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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뜯고 생떼 '블랙컨슈머' 기업 경쟁력 좀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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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신체적 폭력에도 속앓이…"불필요한 갈등, 사회적 비용 낭비"
   
 

[컨슈머타임스 산업팀]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SK텔레콤 등 주요 소비재 기업들이 악의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 앞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비자 과실로 제품이 훼손된 경우에도 무조건 새 제품으로 바꿔달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보상을 노린 고의 파손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식·음료에 이물질을 넣어 업체 측을 협박하는 경우는 고전으로 분류될 정도.

영업사원이나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욕설과 같은 언어적 폭력을 가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실정이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마저 야기되고 있다.

◆ "제품 결함 없어도 과도한 보상요구"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상대로 수억원을 뜯어낸 블랙컨슈머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결함이 없는 삼성전자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놓고 "화면이 깨져 보인다"는 이유로 서비스센터 직원을 협박해 625만원을 환불 받은 A씨가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수리를 맡긴 개인휴대정보기(PDA)에 저장된 자료가 없어졌다며 난동을 부려 600만 원을 챙기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환불금과 합의금으로 받아낸 돈이 2억여원에 달할 정도로 수법은 악랄했다.

완성차 업계도 블랙컨슈머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등 완성차 업체들은 사고를 낸 뒤 제품 결함을 주장하며 신차로 교환해달라는 소비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문제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는데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사고에 대해 알리겠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것.

영업사원에게 욕설이나 폭력을 먼저 가하고 방어하는 직원의 모습만 촬영한 뒤 응대 태도를 문제 삼아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결함에 대한 어떤 근거가 없어도 무작정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운운하며 생떼를 쓰는 경우 난감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계약서에 명시된 가입 조건을 부정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소비자 본인이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까지 한 뒤에도 "그런 적 없다"며 약정 위약금이나 기기값 제공 등을 요청하는 것.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들은 블랙컨슈머 유형 1순위로 승무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을 꼽았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반기 승무원 폭행 건으로 경찰에 소비자를 인도한 사례만 18건에 이른다.

CJ제일제당, 대상, 농심 등 식품업체들은 각종 이물질이 제품에서 발견됐다며 과도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과 씨름하고 있다.

롯데제과, 오리온 등 제과업체나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특히 '생계형 블랙컨슈머'가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물 혼입 경위 등이 소비자 과실로 밝혀지면 스스로 이물을 넣었다고 인정하며 선처를 구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 "불필요한 갈등, 사회적 비용 낭비"

업체 관계자는 "이물질을 일부러 넣고 분유 몇 통을 달라는 소비자들이 실제 있다"며 "원칙대로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데 소비자가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면 우리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무료 교환∙반품을 악용하는 소비자들과 싸우고 있다.

색상이나 사이즈별로 모든 상품을 구매한 뒤 자신에게 맞는 것만 두고 반품하는 쇼핑 행태를 반복적으로 보이는 경우다. 하자가 없는데도 사용하던 제품에 대해 교환이나 반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콜센터 직원과 통화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유형도 고민거리다.

재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주어진 권리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늘면 기업과의 사이에 불신이 쌓여 정당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소비자까지 결국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불필요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지 않도록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래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허경옥 교수는 "요즘은 기업들이 블랙컨슈머 문제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하기도 한다"면서도 "소비자 주권 행동으로 봐야 하는지, 블랙컨슈머의 행태인지 모호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의가 없는 온순한 소비자라도 사안이 심각하고 불만이 지속될 경우 '블랙' 성향을 보일 수 있다"며 "블랙컨슈머로 보는 기준 설정이 우선 중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으로 논의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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