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시민공개, 쇼핑몰 자랑만 듣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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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시민공개, 쇼핑몰 자랑만 듣다…끝"
  • 김태환 기자 thkim@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9월 16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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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싱크홀 등 안전 관련 설명 부족 홍보 행사 전락 '불만'
   
▲ 제2롯데월드 시민공개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건물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태환 기자] 잠실역 1번 출구. 여기 저기 쌓여있는 공사 자재들 사이로 제2롯데월드 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평일 낮인데도 어린 자녀를 앞세운 젊은 부부, 대학생, 노부부 등 인파로 북적거린다. 제2롯데월드 내부 시민공개 행사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다. 

어쩐지 낯빛이 밝지만은 않다. 누군가의 얼굴에서는 결연한 표정마저 엿보인다.

◆ "씽크홀에 대한 설명 전혀 없어…"

대기실에 들어서자 송파구 주민은 물론 각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현장을 메우고 있다. 다양한 연령, 성별, 계층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찾은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대학생 윤모씨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언론을 통해 (송파구 인근 지역의) 싱크홀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건물의) 안전성 문제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주부 송모씨는 "우리나라의 초고층 건물은 어떻게 구성됐는지 보고 싶어서 왔다"며 "교통 대책이나 안전문제에 대한 설명도 확실히 듣고 싶다"고 밝혔다.

어수선한 분위기 사이로 시민들을 인솔할 진행요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전모와 안전화로 무장한 진행요원 뒤로 3명의 관계자가 뒤따랐다.

내부 공개는 쇼핑몰, 영화관, 아쿠아리움, 종합 관제실을 거쳐 지하 비상 대피소를 방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100명 정도의 인원이 1팀을 이뤘다. 선두에 선 진행요원이 확성기를 이용해 각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하지만 웅성거림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가족단위 시민들은 카메라에 현장 사진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누군가는 진행요원의 얼굴과 손에든 수첩을 번갈아 보며 무언가를 적기 바쁘다.

한 중년 남성은 내부 기둥과 유리를 주먹으로 가볍게 툭툭 쳐본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방문객은 진행요원에게 "기둥의 재질이 뭐냐"고 묻기도 한다.

▲ 확성기 1대로 100여명의 시민을 상대하다 보니 진행요원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장소를 이동할 때 마다 5~10분 가량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제2롯데월드 타워 안전 관리에 대한 설명은 이때도 계속됐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식으로 대처한다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다수의 시민들을 상대로 쉬지 않고 말하려니 목이 아픈지 연신 헛기침을 한다.

◆ "쇼핑몰 자랑만 듣다 끝났네"

행사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시민들의 굳은 표정은 여전하다.

은평구 주민 김모씨는 "할아버지가 송파구에 살아서 싱크홀의 원인이 무엇인지, 해결방안이 있는지 들으려고 왔는데 계속 쇼핑몰과 수족관 같은 것만 보여주고 싱크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온 유모씨도 "제2롯데월드 건설이 시작되면서 이 부근에서 싱크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관련 설명은 매우 빈약한 것 같다"고 밝혔다.

내부 견학이 모두 끝나고 현장을 빠져나가기 직전. 전문가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교통 주차, 도로침하 싱크홀, 화재 대응으로 구분된 자문위원 3명이 앉아있다.

롯데건설 이동찬 책임은 "송파구에 나타났던 싱크홀은 노후 하수관, 도시개발 등으로 인한 지반침하가 원인"이라며 "싱크홀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하수 수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발생한 것이지 (제2롯데월드 타워를 지은) 롯데건설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물어보고 없으면 이쪽으로 이동하세요."

진행요원이 시민들을 향해 바삐 손을 움직인다. 쇼핑몰, 아쿠아리움을 둘러보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

20대로 보이는 젊은 무리 중 누군가가 건물 밖으로 나서며 한 마디 던진다.

"쇼핑몰 자랑만 듣다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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