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카스밖에…" 소비자 오해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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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 카스밖에…" 소비자 오해는 여전했다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9월 12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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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오비맥주 '카스' 악취 루머 건재…불신 해소 '첩첩산중'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완연한 가을인가 싶었는데, 약속시간에 맞춰 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사당역 인근 식당. 7시가 되기 전인데도 퇴근을 서두른 직장인들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이모, 여기 '카스' 2병 주세요."

음식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술이 빼곡하게 진열된 냉장고로 눈을 돌린다.

"시원한 맥주부터 한잔 하자."

경쾌한 여성의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20대 직장인으로 보이는 4명이 옆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 "불안해서 카스를 어떻게 마셔?"

"카스 말고 다른 맥주 시켜. 소독약 냄새 난다잖아. 요즘 불안해서 카스를 어떻게 마셔?"

"카카오톡 메시지도 못 봤어? 가임기 여성은 특히 마시지 말라고 하잖아."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손이 바쁘다. 얼른 휴대전화를 꺼내 보인다.

"2014년 6~8월 생산된 제품은 진짜 마시면 안됨. 가임기 여성은 특히 마시지 마라…"

보여주는 것 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소리 내 읽기까지 한다.

"이 정도면 사실 아니야? 이모, 하이트나 클라우드나 아무거나 주세요. 카스만 아니면 돼요."

카스 2병을 들고 온 '이모'의 손이 머쓱해졌다.

돌아서다 말고 한마디 한다.

"아가씨들도 카스 안 마셔? 이상하네. 카스 갖다 주면 손님들이 다른 술을 찾아서…. 전에는 아무거나 달라고 하는 손님한테 카스 주면 별 말 안하고 마셨는데 요즘엔 안 그래."

누군가 나서 카스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는 친절(?)을 베푼다.

"오비맥주 카스 마시던 사람이 소독약 냄새 난다고 회사에 얘기를 했는데 날씨가 더워 맥주가 상한거라고 했데요…휴대전화로 카스 마시지 말라는 메시지가 돌아서…"

   
 

테이블마다 술병이 쌓이기 시작한다. 취기가 오르는지 주문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직접 꺼내 오기도 한다.

"하이트 주세요"

"이모, 처음처럼 1병 더"

"여기, 카스요"

카스를 주문하는 테이블에서는 빠짐 없이 한바탕 토론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40대 넥타이부대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오가는 말이 또렷하게 들린다. 

"꼭 카스 마셔야 하나? 그냥 소주 마시자"

직장 동료인 듯한 누군가가 말린다. 답답한지 목을 죄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다. 

◆ "술이 카스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카스가 어때서? 그냥 루머래. 술에 녹아 있는 무슨 산소가 많아서 그렇다고 했던 것 같은데…날 더운데 밖에다 쌓아 두면 상할 수도 있지. 마셔도 아무 이상 없다는 공식 발표 나왔어. 뉴스에서 들었는데…"

한참 설명이 이어지는데 말을 자른다. 한 눈에 봐도 얼굴은 붉다.

"그래. 진짜 제품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면 벌써 난리 났겠지. 그런데 그냥 마시지 말라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꺼림칙 하잖아. 술이 카스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북적거리던 식당이 어느덧 한산해졌다. 절반은 빈자리다.

식당 이모에게 일련의 '카스 냄새 사태'에 설명하던 20대 여성들도, 목소리를 높여가며 카스를 안주거리로 올리던 그들도 자리를 정리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 중에 카스는 1병도 없다.

카스 냄새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산화취' 원인 규명 이후에도 소비자 불신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등 돌린 애주가들의 마음을 하루빨리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오비맥주는 숨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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