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전체 나랏빚 35% 차지…누적손실 40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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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전체 나랏빚 35% 차지…누적손실 40조원
  • 김일권 기자 ilkw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7월 23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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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일권 기자]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전체 나랏빚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외평채 손실은 지난해 5조9000억원이었으며 누적 손실액은 40조원에 이르렀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평채 발행 잔액은 171조원으로 전체 국가 채무 482조6000억원의 35.4%를 차지했다.

1997년 국가 채무의 0.6%에 불과했던 외평채 비중은 2004년 25%, 2007년 30%, 2011년 33%로 커지다가 지난해 35%를 넘어섰다.

발행 잔액은 1997년 4조원에서 2004년 33조4000억원, 2007년 89조7000억원, 2010년 120조6000억원, 2012년 153조원으로 증가했다.

외평채는 외환시장 급변동 때 시장 안정조치를 취하는 '외평기금'을 조달하기 위한 채권이다. 정부는 지나치게 환율이 오르면 외평기금을 통해 시장에 달러화를 공급하고,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를 공급하거나 달러를 사들인다.

외환위기 때 외국 자본 유출로 어려움을 겪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면서 외평채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외평채 증가 속도가 다른 채무보다 빨라 전체 국가 채무를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1997∼2013년 전체 국가 채무가 연평균 13.9%, 조세 등 국민 부담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15.9% 늘어난 데 비해 외평채는 26.1% 증가했다.

채권 운용에 뒤따르는 손실액 또한 만만치 않다.

외평기금의 누적 손실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조3000억원이었다.

이는 2008년(9조1000억원) 당시보다 4.4배, 2011년(22조2000억원)보다는 1.8배로 늘어난 것이다.

외평기금 손실액이 매년 커지는 이유는 조달금리(외평채 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낮아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평채는 일반 기업처럼 투자자금을 마련하거나 대출 상환을 위해 발행하는 것이 아닌 만큼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 국채 등 안정적인 선진국 자산에 투자한다.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 상대적으로 싼 금리를 주는 곳에 투자하다 보니 운용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외평채 지급금리는 4.53%, 수취금리는 2.6%로 금리차이가 1.92%포인트다. 그나마 미국 국채 금리가 낮게 형성돼 수취금리(1.73%)와 지급금리(4.81%) 격차가 3.08%포인트였던 2012년보다는 상황이 낫다.

이런 금리차이 때문에 발생한 손실은 지난해 3조8375억원이었다. 환율 차이로 인한 환평가손실은 2조259억원이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기회비용이 연간 5조9000억원 가량 들어간 셈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한 올해는 달러 환산 금액이 적어져 환평가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외평기금 손실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니므로 손실 또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지나친 비용을 지불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 등에서 끊임없이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3년 재정사업 성과평가에서 "외평채 누적 손실 확대는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발행 규모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이어 "누적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 조달 방식, 운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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