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욱 '젠한국' 부사장
상태바
고광욱 '젠한국' 부사장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7월 14일 07시 39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자기 가능성 무궁무진…빌레로이앤보흐 등 세계 명품 우리가 제조"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그의 사무실은 벽장마다 책 대신 각양각색의 도자기로 가득했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답변에 필요한 그릇과 자료를 챙기러 수 차례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테이블 위에 그릇들을 잔뜩 올려놓고 색상과 두께를 직접 보여주며 열띤 강연(?)을 하다시피 했다.

'젠한국'의 국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고광욱 부사장 얘기다.

"도자기, 사양산업 맞습니다. 하지만 '절대'라는 건 없죠." 중∙장기 계획과 비전을 확실하게 세워놓은 고 부사장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도자기로 못 만들 것이 없다는 믿음, 무엇보다 인체에 가장 안전한 '친환경' 식기라는 자부심이다.

◆ "브랜드 정체성∙자생력 강화하는 전략 펼칠 것"

Q. 국내 도자기 산업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 국내 도자기 시장 규모를 대강 3000억 정도로 추산합니다. 국내 브랜드들이 1000억원 정도, 나머지 2000억원을 수입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마저도 국내브랜드들의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Q. '포트메리온'등 유럽산 고가제품이 '주범'인데.

== 도자기 구매 주체의 연령층이 30~40대로 낮아지면서 해외 브랜드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입 명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데다 자기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가 강한 그릇을 즐겨 찾게 된 것입니다. 영국의 포트메리온, 미국의 레녹스, 독일의 빌레로이앤보흐 제품을 나열해놓으면 그릇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그릇이 어느 브랜드 것인지 맞출 정도로 특색이 강합니다. 반면 국내 브랜드 제품들은 사실, 전혀 구분해낼 수 없죠.

또 포트메리온의 '보타닉가든'처럼 해당 라인의 모든 그릇을 모으면 하나의 큰 그림, 즉 '정원'이 완성되는 식으로 소장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마케팅 전략도 적중한 셈입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게다가 1인 가구가 점차 늘면서 식기 세트를 구입할 이유도 없어졌고 집에서 한 상 차려 먹는 일 자체가 행사가 돼버린 상황이니 테이블웨어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항력입니다.

Q. 어려운 상황임에도 국내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OEM을 주축으로 하는 해외사업만으로도 충분한데 모험이 아닌가.

== 일종의 '사명감'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 도자기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전반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부진한 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오너의 마인드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사양산업'이라고 평가 받는 이 도자기 산업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또 해외명품과 견줘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이 2가지가 가장 큰 숙제죠.

그래서 도요타의 '렉서스 전략'을 빌려왔습니다. '젠'이라는 업체명을 빼고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자생력을 키우는 거죠. 영국의 친환경 디자이너 '레이첼 바커'와 협업해 만든 '레이첼 바커'라인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젠'의 '레이첼 바커'가 아니라 그냥 '레이첼 바커'로 세우는 것입니다. 향후 본격적으로 브랜드 전략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Q. 국내 최초로 도자기 밀폐용기를 만들었다. 유일하게 도자기 김치통까지 생산에 성공했다.

== 테이블웨어는 분명 수요가 줄고 있지만 도자기로 만들 수 있는 게 과연 테이블웨어 뿐일까 고민했습니다. 도자기만큼 친환경적인 식기가 없지 않습니까. 고민 끝에 탄생한 게 밀폐용기입니다. 사실 도자기는 같은 제품이라도 불에 구워질 때 흙에 함유된 수분량에 따라 미세하게 그릇의 크기가 차이가 납니다. 반면 밀폐용기의 뚜껑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완전히 균일하죠.

뚜껑에 맞는, 크기의 차이가 전혀 없는 그릇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불에 굽기 전에 흙에서 수분을 짜버리는 신기술을 회사가 직접 개발했습니다. 그러자 구워진 그릇들에 차이가 거의 없어졌죠. 대표님이 직접 그린 도안을 바탕으로 기계를 제작, 이 기술이 실현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밖에 도자기로 만든 뚝배기도 내놨습니다. 우리가 익히 사용하는 뚝배기는 도자기가 아니라 토기거든요. 현재 도자기로 만든 프라이팬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테이블웨어에만 목매고 있을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방향을 틀기 위한 노력입니다.

▲ 젠한국이 개발한 도자기 밀폐용기.

Q. 최근 소비자고발프로그램에서 도자기 납성분을 문제 삼아 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 세월호 사건으로 내수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데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당시 프로그램에서는 휴대용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그릇에 가져다 대면 성분과 함량을 알려주는 기기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납이 얼마만큼 들었나가 아니라 그 성분이 얼마만큼 음식에 배어나오고 실제로 우리 몸에 흡수되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미국 FDA도 '용출시험'이라는 글로벌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시험을 합니다.

그릇에 산을 집어넣고 상온에서 24시간 방치한 다음 여기에 얼마만큼 유해성분이 섞여 나오는지 검사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식약처 안전기준을 넘지 않는, 그에 전혀 미치지 않는 아주 극 미량만이 검출돼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방송에서 언급된 사안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도자기가 싸잡아 위험하다고 인식됐다는 점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 "세계적 도자기 업체들 모두 우리 고객…앞선 트렌드 배운다"

Q. 미국의 레녹스, 독일의 빌레로이앤보흐, 영국 막스스펜서 등 세계적 브랜드 제품을 OEM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유명 도자기 업체들이 죄다 도산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도자기는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기 때문입니다. 생산설비를 기계화할 수도 없고 일일이 사람 손을 빌려 제조됩니다. 인건비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때 미국의 레녹스, 독일의 빌레로이앤보흐 등 유명업체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사 생산라인을 모두 중단하고 아웃소싱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품질은 유지하되 가격은 낮출 수 있는 생산설비를 수소문하다 우리 젠한국의 인도네시아 공장을 낙점한 것입니다.

우리 원청업체들은 전세계 도자기산업을 이끌어 가는 최고의 기업들입니다. 30개 가까운 기업들의 명품을 우리가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먼저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 회사들 어떤 기술력과 디자인을 추구하는지 그 경향을 가장 먼저 접하고 이를 배워 활용할 수 있다는 태생적 장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Q. 도자기 식기는 잘 깨지고 불편할 거라는 인식이 많은데.

== 도자기는 총3번에 걸쳐 굽습니다. 이때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단계를 거치는 동안 불의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불량률이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1000도가 넘는 강한 불에 굽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모두 버려야 하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대신 처음부터 강한 불에 구우면 퀄리티와 강도가 굉장히 좋아집니다. 아주 단단해지는 거지요. 이 때문에 1단계에서 견디지 못하고 깨지는 그릇들을 모두 버리는 등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또 도자기를 이용해 어떤 시도를 할지 궁금하다.

== 도자기, 물론 '지는' 산업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다'는 건 없죠.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웨어의 수요가 줄어든 것일 뿐이죠. 앞으로 도자기를 이용해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액세서리입니다. 보석만이 빛나는 건 아니죠. 가령 도자기로 예쁜 보석함을 만들 수도 있고. 젊은 소비자들의 패턴만 잘 맞춰나간다면 패션산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자기는 몸에 해를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 고광욱 부사장은? 

육군장교 출신. 1998년부터 라이프양행에서 근무했으며 2007년부터 락앤락 전무이사로 일했다. 국내 영업, 마케팅 본부장은 물론 해외영업 본부장까지 두루 거쳤다. 2012년 젠한국 김성수 대표가 국내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면서 직접 영입, 현재 젠한국 부사장을 맡고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