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 잔] 장인수 사장 "연임하는 이유? 잘나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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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 장인수 사장 "연임하는 이유? 잘나서가 아니라…"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7월 08일 0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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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우리 직원들은 무슨 말을 못하게 해…"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이 후덕해 보이는 볼살을 씰룩이며 짐짓 심통난 표정을 짓는다.

"그러시면(말을 많이 하시면) 홍보가 괴롭습니다."

오비맥주 홍보실 관계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은 웃음으로 답한다.

"멀찌감치 떨어져 앉으라"는 장 사장의 '불호령'(?)이 떨어질 때마다 좌중에서는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갑작스레 쏟아진 빗줄기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 내렸던 지난 2일 저녁. 기자를 마주한 장인수 사장과 홍보실 관계자 사이의 실랑이는 그칠 줄 몰랐다.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마디는 곧 천금 같은 무게감이다.

사석에서 의미 없이 흘린 발언이 개인은 물론 회사를 곤란함에 빠뜨리기도 한다. 기자와 만난 자리가 마냥 편할 리 없는 이유다. 어떤 발언이 '활자화'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대언론 메시지를 조율하는, 동석한 홍보실 입장에서는 CEO의 한마디 한마디에 진땀이 날 수 밖에 없다.

장인수 사장은 '영업의 달인'으로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거침 없는 화법으로 앞에 앉아 있는 상대를 어느 순간 무장해제 시킨다. 기자도 예외 없다. 30년 넘게 영업에 몸 담은 그의 내공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일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상대를 속이면 금방 들통납니다. 숨길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습니다. 솔직하게 나를 드러냅니다."

오비맥주는 올해 초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에 재인수 됐다. 인수 금액은 58억 달러, 한화로 약 6조2000억원에 이른다.

2009년 AB인베브는 18억 달러(당시 2조3000억원)를 받고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오비맥주를 매각했다. 5년만에 오비맥주의 몸 값이 3배 가량 뛴 것.

2009년 43.7%였던 오비맥주 시장점유율은 장 사장이 취임한 2012년에 56.1%까지 올라왔다. 지난해에는 시장점유율 60%를 넘어 섰다.

AB인베브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경영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며칠 전에 CEO 계약서에 싸인을 했습니다."

지난 4월 AB인베브와 통합작업을 완료, 연임 결정에 대한 공식절차까지 최근 모두 밟았다는 얘기다.

장 사장은 그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 AB인베브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날 지 모른다는 얘기가 업계에 돌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장인수 스타일'이라는 것.

장 사장 쪽으로 의자를 바짝 당겼다. 세간이 평가한 그의 스타일이 뒤집힌 이유. 홍보실을 거치지 않은 '날것'이 듣고 싶었다.

"내 나이가 60이 넘었습니다. 일만 하며 살았는데 이제 쉬고 싶기도 하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싶습니다. 내 인생을 살고 싶어요. 이 자리에 있는 건 지난해 까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얼굴 가득 만연했던 웃음기는 어느새 걷혀있었다.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기업인 장인수'의 화법이었다.

"나는 고졸 출신이고 스스로의 한계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잘나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닙니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직원들이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해주고 싶습니다. 회사가 성장하기까지 함께 일한 직원들을 위해 나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AB인베브 눈치 보지 않고 요구할 것이 있으면 분명히 얘기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겠다는 꿈은 조금 뒤로 미뤘다. 장 사장은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

"이 나이에도 열심히 일할 수 있고 나를 찾는 곳이 있는데…행복한 일이겠죠. 허허허."

세차게 내리던 비가 잦아들 무렵, 장 사장은 자리를 뜨는 기자에게 작별 악수를 청했다.

"다음에는 부대찌개 집에서 한잔해요. 그때는 진짜 격의 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사는 얘기 합시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를 따돌리고 저만치 앞선 오비맥주. 장 사장의 진정성이 직원들 사이에 녹아 내린 결과라는데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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