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인웅 한국치아은행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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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인웅 한국치아은행 연구소장
  • 민경갑 기자 mingg@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5월 19일 0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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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가족 치아, 임플란트 시술 활용…"30년간 보관 가능"
   
 ▲ 엄인웅 한국치아은행 연구소장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뽑은 이를 지붕위로 던져야 새 이가 예쁘게 자란다는 얘기, 낭설인지 알면서도 어린 시절 한 번쯤 경험하거나 들어봤음직 하다. 

엄인웅 한국치아은행 연구소장은 미신 같은 이 얘기를 토종 기술력으로 현실화 시켰다. 유치, 사랑니 등 뽑은 치아를 30년 뒤 임플란트 시술에 활용하는 '자가치아뼈이식'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10여년 간 매진한 엄 연구소장을 직접 만나봤다. 그는 이미 손에 쥔 결과물 보다 새로운 도전에 관심을 보였다.

◆ 발치된 치아, 임플란트 뼈이식재 재활용

Q. 소비자들에게 '한국치아은행'은 아직 생소하다.

== 지난 2009년 동료들과 함께 자가치아뼈이식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발치된 치아를 가공해 뼈이식재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듬해 연구진들과 한국치아은행을 설립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랑니, 충치, 치주병 등 버려지는 본인과 가족의 치아를 훗날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Q. 기존 임플란트 시술과 어떻게 다른가.

== 임플란트는 인공치아를 턱뼈에 심어 영구치처럼 사용합니다. 잇몸뼈의 손상이 심각할 경우 시술이 불가능하죠. 이 경우 뼈와 유사한 성분의 재료를 잇몸뼈이식재로 사용합니다. 잇몸뼈가 재건돼야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으니까요.

보통 치과에서는 기증된 타인의 뼈로 만든 동종골, 동물의 뼈로 만든 이종골,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골, 그리고 환자의 다른 부위에서 채취한 자가골 등을 잇몸뼈이식재로 사용합니다. 재생능력, 감염위험, 인체거부반응 등을 고려해보면 이 가운데 자가골이 최선으로 꼽힙니다.

  ▲ 자가치아뼈이식재.

Q. 발치된 치아를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자가골 확보가 가능하겠다.

== 그렇습니다. 치아는 잇몸뼈와 구성성분이 같아 감염이나 인체거부반응 문제로부터 자유롭죠. 뼈 채취를 위해 별도의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자가골 이식의 단점까지 보완한 방법입니다. '나만을 위한 맞춤형 이식재'로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본인이나 가족의 치아를 재활용하는 만큼 추가로 발생하는 뼈이식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Q. 성인 어금니 1개 기준, 얼마만큼의 뼈이식재를 만들 수 있는가.

== 충치나 보철물 등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평균 성인 치아 1개당 0.2CC(앞니)에서 1CC(어금니) 가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임플란트 시술에 뼈이식재가 부족할 경우 잇몸뼈에 밀접한 부분부터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이식재를 사용합니다. 자가치아뼈이식재의 높은 치환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일반 이식재료가 고정의 효과를 내는 반면 자가치아뼈이식재는 재생에 가까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자가치아뼈이식 기술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 치과대학 시절부터 치아 자체의 건강함도 중요하지만 치아를 지탱하고 있는 잇몸 뼈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우연히 읽게 된 한 논문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치아의 구성성분이 잇몸뼈의 성분과 동일하다. 무기질과 유기질이 풍부해 자가골과 동일하게 뼈를 형성하는 능력이 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 논문을 통해 자가골이 최상의 뼈이식재인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때부터 연구에 매진했고 10여년 만에 자가치아뼈이식 기술을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 자가치아뼈이식 기술, 활용영역 확대

Q. 치아의 장기보관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일선 치과는 변질을 막기위해 발치된 치아를 알코올과 규격용기에 담아 한국치아은행으로 발송합니다. 보관 작업은 크게 4단계로 분류됩니다. 우선 치아에 붙은 이물질과 손상 부위(충치, 보철물 등)를 제거합니다. 2단계 본사의 핵심기술인 특수처리공정과 3단계 멸균 소독 과정이 이어지죠.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치과대학 병원 내에 있는 본사연구소 보관시설에 옮겨집니다. 이렇게 처리된 치아는 최장 30년까지 보관 가능합니다.

   
    ▲ 자가치아뼈이식재를 활용한 임플란트 시술 모습

Q.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가.

== 한국치아은행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부터 제주까지 전국 70여개의 협력병원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의사소통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빈번하게 이뤄집니다. 각 지역의 대리점은 본사(한국치아은행)와 현지 병·의요원의 소통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1~2일 안에 배송이 가능한 운송시스템도 확보하고 있죠. 전국 어디서든 불편없이 이용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Q.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치아는 저에게 있어 화두(話頭)와 같습니다. 이제 첫걸음을 딛었을 뿐입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자가치아뼈이식 기술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시킬 계획입니다. 다양한 치과시술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다른 의료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가치아뼈이식 기술의 라이선스 수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보다는 임직원 모두의 목표인 셈이죠.

◆ 엄인웅 연구소장은?

지난 1992년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안면외과 박사 수료. 1994년 미국 조지아 의과대학 생물학 조교수. 지난 2010년부터 한국치아은행 연구소장을 담당하고 있다. 5월 현재 대한치의학회 이사와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부회장도 겸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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