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자살보험금 미지급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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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들 자살보험금 미지급 파문 확산
  • 이지연 기자 j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4월 20일 0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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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지연 기자]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을 조사한 결과, ING생명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거의 모든 생보사가 똑같은 문제를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미지급은 ING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1~2개를 뺀 모든 생보사가 관련돼 있다"면서 "이는 생보업계가 과거에 잘못된 약관을 복사해 쓴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8월 ING생명을 검사한 결과,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90여건에 대한 200억원의 보험금(2003년~2010년)을 미지급한 사실을 발견했다.

생명보험의 경우 자살면책 기간 2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사망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 ING생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보험사는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고 명시한 뒤 일반사망금을 지급해왔다. 이들 보험사는 표기 실수일 뿐 자살은 재해가 아니므로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재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의 경우 일반사망보다 보험금이 2배 이상 많다는 점이다. 자살 시 재해사망금을 지급하면 가입자의 자살을 조장할 수도 있고 암 등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환자가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은 이 문제를 제기한 고객에 대해서는 개별 보상을 해주고 있으며, 금감원은 민원이 접수되면 분쟁 조정을 통해 요구액의 60~70% 수준에서 보상금을 맞춰주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보험 계약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자살 조장 분위기를 조성하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재해사망금 지급에 대한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2007년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보험업에서는 자살로 인한 사망은 일반사망으로 보고 있어 약관에 일부 잘못이 있다고 해서 재해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많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미지급된 자살 보험금이 생보업계 전체로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현재 미지급된 자살 보험금만 수천억원에 이르며 현재 계약자까지 포함하면 향후 조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살 보험금이 대거 풀리면 아주 좋지 않은 '로또'가 될 우려가 크다"면서 "이를 악용하면 보험사 건전성이 나빠지고 자살로 보험금을 받는 풍조가 팽배할 수 있으로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각종 판례와 여론 등을 고려해 기존에 자살보험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만 지급하되 앞으로는 과거 잘못된 약관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2010년 자살 시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다고 명확하게 약관 변경했다"면서 "2000년 초반에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표준약관을 만들 때 실수로 잘못 설계된 부분이 있으나 자살이 재해가 아닌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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