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노래하는 샤일록', 원작 '베니스의 상인'과 함께 보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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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노래하는 샤일록', 원작 '베니스의 상인'과 함께 보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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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0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국립극단

세기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올해로 탄생 45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극단인 국립극단은 이를 기념해 기획공연 '2014년 봄마당-450년만의 3색 만남'을 선보이고 있다. 4월,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가장 음악적인 색채가 짙은 '베니스의 상인'이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번 공연은 '소시민 연극'의 대가 정의신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정의신은 재일교포 3세 극작가 겸 연출가로,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 '푸른 배 이야기' 등에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소시민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400년 전의 고전 '베니스의 상인'은 어떤 모습일까.

잠망경: 드라마 밖 세계관 엿보기,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이탈리아를 무대로 하는 '베니스의 상인'은 1596년경 셰익스피어가 완성한 5막의 희극이다. '한 여름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함께 셰익스피어 5대 희극으로 꼽힌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밧사니오'와 절친한 친구 사이다. '밧사니오'는 벨몬트의 상속녀 '포샤'에게 구혼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토니오'에게 도움을 청한다. '안토니오'는 그를 위해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거금을 빌린다. '밧사니오'는 '포샤'와의 결혼에 성공하지만 '안토니오'의 배는 난파하여 파산에 이르고, 꼼짝없이 1파운드의 살을 베어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를 알게 된 '포셔'는 남장을 하고 베니스 법정의 재판관으로 분한다. 그녀는 증서에 써진 대로 살은 베어내되 한 방울의 피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명판결을 내려 '안토니오'의 손을 들어준다.

'베니스의 상인'은 유쾌하고 로맨틱한 줄거리 이면에 당시 유럽 사람들의 세계관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기독교의 교세가 크던 16세기 유럽에서는 반(反) 유대 정서가 강했다. 작품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니스는 유럽 전역에서 배척받던 유대인을 수용한 거의 유일한 곳이었다. 에서 유대인인 '샤일록'은 무자비하고 융통성 없는 유대인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몇몇 대사에서는 유대인을 향한 노골적인 멸시와 모독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텍스트 전체를 관통하는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 미학과 음악성 덕분이다.

▲ 국립극단

조금 특별한 정의신 식(式) 유턴,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

최근 많은 예술가 사이에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의 불합리를 풍자하는 데서 유턴해 인종차별의 불합리를 풍자하는 쪽으로 해석되고 있다. 3대에 걸쳐 일본에 뿌리를 내렸지만 이방인의 삶을 벗어날 수 없었던 정의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원작의 줄기를 거의 훼손하지 않은 채 차별받는 집단에 내재한 슬픔을 완곡하게 그려냈다.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음악이다. 같은 남자로서 '밧사니오'를 짝사랑하는 '안토니오'는 시종일관 우울하다고 노래하고, '샤일록'의 입에서는 우리네 아버지들이 술 취해 흥얼거릴 법한 '홍도야 울지마라' 같은 노랫말이 흐른다. 하지만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음악적 텍스처는 음악극이나 뮤지컬에서 느낄 수 있는 중후한 질감은 아니다. 연주자들도 무대 뒤에 숨어 있다.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은 원작에서 엿볼 수 있는 '관통하는 음악'의 진면목을 들숨과 날숨을 섞듯 은근하게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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