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실종되면서 간절기 패션도 설 자리를 잃어 패션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의류업체들의 봄화보. |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봄을 건너뛴 대중없는 날씨에 패션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봄 신상품을 대거 준비한 의류업체들은 재고 걱정에 울상인 반면 제화업계는 나들이족이 크게 늘며 때이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
◆ 역대 최고 더운 '봄'에 간절기 패션 실종
15일 패션업계 및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평균기온은 평년 5.7℃ 대비 2.2℃도 높은 7.9℃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기온 역시 평년보다 1.8℃도 가량 높아 전국이 '더운 3월'을 보냈다.
낮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날이 잦아지면서 패션업계는 예년보다 10일에서 14일 가량 빠르게 여름 의류를 전진 배치했다.
봄 신상품으로 준비한 물량은 모두 창고 신세로 전락하게 된 셈이다. 지난 겨울 예상 밖 따뜻한 날씨로 아우터 재고 폭탄(?)을 맞은 패션업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
업계 한 관계자는 "추웠다가 더웠다가 다시 쌀쌀해지는 등 이상기후 현상에 패션업체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면서 "날씨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한다고 해도 이를 100% 맞출 수 없어 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백화점은 발 빠르게 '재고 떨이'에 나섰다.
통상 5월부터 봄 상품 재고를 내놓는 것과 달리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는 이달 초부터 서둘러 할인행사에 돌입했다.
세일 특수는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의 경우 매출 비중이 큰 여성 패션이 부진했다. 정장 라인보다 원피스와 같은 여름 관련 캐주얼 라인들이 더 좋은 실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도 역시 주로 아웃도어와 여름상품이 매출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제화업계는 고온현상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따뜻한 날씨를 만끽하려는 나들이족 증가로 신발 판매량이 크게 늘어서다.
휠라(FILA)는 지난 한달 간 워킹화 매출이 전월 대비 약 300% 신장했다. 금강제화 역시 지난달부터 나들이용 슈즈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판매 목표를 30% 올려 잡았다.
오픈마켓을 통한 워킹화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은 워킹화를 포함한 운동화 판매량이 전달 대비 각각 150%, 155% 이상 뛰었다고 밝혔다.
뉴발란스는 '999체리블라썸' 운동화 판매 개시 몇 십분 만에 온라인 매장에서 매진되는 등 반짝 특수를 누렸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날씨가 일찍 포근해지면서 야외활동을 나가는 고객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달 황금연휴 등을 고려했을 때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예측이 어려운 날씨변화에 패션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빅데이터 기반으로 환경적 요인 판단해 피해 최소화"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은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관리시스템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통해 올해 봄 상품 물량을 줄였다.
LF(구 LG패션) 역시 QR(반응생산) 시스템을 통해 기후와 동향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한다. 블랙야크도 실시간 날씨 정보 시스템을 도입, 매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및 공급프로세스를 개선해 변화무쌍한 날씨에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향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적 요인들을 잘 판단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