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등 손보업계 "팔면 손해"…'자전거보험' 포기?
상태바
삼성화재 등 손보업계 "팔면 손해"…'자전거보험' 포기?
  • 여헌우 이지연 기자 ye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4월 24일 00시 06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적 손해율 300%넘어 소비자 안전 '비상'… "상품 구조 개발해야"
   
▲ 자료 사진

[컨슈머타임스 여헌우 이지연 기자] 삼성화재(사장 안민수), 동부화재(대표 김정남) 등 손보업계가 '자전거 보험' 적자 누적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파손, 도난과 같은 실제 사용환경에서 발생되는 피해에 대한 보장과 기준이 불명확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됐다.

자전거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 반해 해당 보험 가입자는 감소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 "분실·파손 보장 없어 외면"

23일 보험개발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보험사의 자전거 보험 개인 가입자의 손해율은 30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가입자 비중도 출시 당시인 지난 2009년 54.2%에서 2012년 5%대로 급감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상해, 사망, 배상책임, 벌금, 방어비용 같은 것들은 보장해주지만 도난과 파손에 대한 보장이 없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자동차에 비해) 자전거가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한데다 상해보험·실손 등에 가입 돼있는 사람들은 이를 '중복 가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분실·파손에 대한 보장이 없는 것도 (자전거 보험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요율 산정에 실패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추진한 데 대한 '화답' 차원에서 보험업계가 경쟁적으로 해당 보험을 출시했지만 정밀한 손익계산은 담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 '팔아도 돈이 안 되는' 상품이었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강기정 의원실에 제출한 '2009~2013 자전거 보험 현황'자료는 지난 2009년 1만6128건이었던 계약건수가 작년엔 5467건으로 급감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작년 자전거 보험 판매량은 507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출시 당시 6개월만에 1만2100건을 팔았던 것과 비교해 하락세가 뚜렷하다.

LIG손보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출시 후 5개월여만에 4000건을 넘게 판매했으나, 단체가입을 제외한 개인용보험 판매중지 직전년도인 2012년에는 가입건수가 고작 2900건이다.

LIG손보 관계자는 "(자전거보험은) 판매 수요가 많지 않아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운용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및 손해율 등으로 인해 상품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자전거 보험이 손해율을 높이는 데다 소비자에게도 외면 받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뒤늦게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삼성화재를 포함한 보험사들이 보험개발원과 함께 '자전거보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향 연구' 보고서를 작년 말 안전행정부에 제출한 것.

보험료 지원과 회사의 손실보전책 마련 등을 통해 자율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정책성 보험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적용 대상을 출퇴근용 같은 근거리 생활형, 산악용 같은 레저형과 같이 세분화하는 방안도 추가했다.

수익 창출을 통해 상품 판매 마케팅에 적극 나설 수 있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체 측의 복안이다.

◆ "업계, 협회, 당국이 함께 노력해야"

삼성화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무한정 보험료를 높일 수가 없고 그렇다고 손해를 보며 상품 판매를 지속하기도 힘들다"며 "정부 차원에서 자전거 등록제 시행과 같은 제도적 부분에 신경을 써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분서주 하는 업계 움직임과 달리 정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개인 가입자의 보험 손해율이 큰 상황이라 보험사들에게 해당 상품 유지를 강요할 순 없다"며 "전문가들도 답을 못 내고 있어 단기적으로 뚜렷한 대책을 당장 마련해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자전거연합회 관계자는 "(자전거 보험을) 자동차 보험처럼 소비자가 필요에 의해 찾는 상품으로 개발해야 된다"며 "보험사 손실 해결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도와줘 자전거 보험을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보험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