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규제와 수평사회
상태바
수직규제와 수평사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http://www.cstimes.com
2014.03.24

 

수직규제와 수평사회

 

 

때 아닌 규제개혁 논란이 뜨겁다. 밤샘토론이니 끝장대화니 하는 자극적 언어가 권부에 회자되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정상은 아니다. 언제라고 이 문제가 이슈 아니었던 적도 없었지만 하필 이시기에 주목 받는 것은 역시 발제자 때문이다. 시작은 비장하고 결연하다. 웃는 모습대신 찬바람이 감도는 대통령의 얼굴이 며칠째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다.

결과가 어떨지는 좀 더 두고 볼일이다. 과거 수많은 정권들이 시도했던 재탕 메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라고 생각 없이 판을 벌리지는 않았다. 기업크기 별 대표선수와 소문난 전문가, 규제 선수들인 관료를 한자리에 모아 삿대질하고 얼굴 붉히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토론방법만 비슷하다. 권력자 면전에서는 "즉시 검토하겠다. 대책을 세우겠다. 방법을 찾아 보겠다" 고 하지만 그 때뿐 임을 국민들은 잘 안다.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다 들어줄 것처럼 '가능성 언어'들이 난무한다. 면피용 말로 때우고 부처에 돌아와 보면 상황은 딴판이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어렵다. 그 다음부터는 꿀 먹은 벙어리다. 관가에 이름깨나 날렸던 전직들이 오죽하면 관련부서를 없애야 규제도 사라질 것이라는 극약처방을 제시할 까.

경제는 타이밍이고 약속인데 속이 터진다. 세제개편안을 만들어 발표까지 하고서 청와대의 비판으로 세액공제 효과는 반감되었다.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오픈 했는데 임대업자 세금부담이라는 암초를 만나 이를 못 챙겨본 재경부가 초상집이다. 모처럼 데워지려던 시장은 다시 가라앉고 있다. 권위의 수직구조만 존재하고 수평분업이 미흡함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직구를 주문했는데 투수가 변화구를 고집했는지 처음부터 사인이 엇갈렸는지 가려볼 일이다. 답은 간단하다. 투수(경제부총리)가 잘못 던졌으면 교체하면 된다. 감독(대통령)이 실수했으면 인정하고 팀을 추스르면 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타이밍도 어긋나고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책 혼선 속에 갑자기 규제완화라는 승부수가 등장한 느낌이다. 감동 없는 경기는 지루하다. 이럴 때 관중들의 반응은 대개 거칠어진다.

규제의 벽에 대고 고함지르다가 시간은 훌쩍 지난다. 정권 교체기에는 비슷한 구호로 혹세무민하고 뽑아보면 정책행보는 오십보백보다. 이것이 민주주의 함정이고 경제정책의 한계라고 포기하기는 너무 아쉽다. 국회의원들은 각종 규제 만드는 놀이에 탐닉하고 관료들은 싫은척하면서 덩달아 즐기는 이런 구조 속에서 개혁은 어불성설이다.

아래로 내려가면 또 어떤 가. 승진 않고 권한 행사하다가 정년퇴직 하겠다는 지방공무원들의 '낮은 자세'는 난공불락이다. 그들이 규제라는 꿀 통을 스스로 내놓길 바란다면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혁명적인 통폐합을 통해 공무원 숫자를 확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개발연대의 규제를 내려놓고 행정이 선 순환을 회복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규제철폐라는 총론에 공감하면서도 지금처럼 대통령 혼자 기합 주고 완력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라면 효과는 글쎄다. 영악해빠진 공직자들이 하는 시늉을 내는 데는 도사들이다. 개혁 분위기를 다잡아 놓고 불시에 부처별 점검을 통해 항상 긴장감이 돌도록 하는 방법이 최선 아닐까. 그럭저럭 세월 보내다 정권 바뀌기만을 기다리는 복지부동파가 의외로 많다.

감독 혼자 소리 지르고 이리저리 뛸게 아니라 적절한 코치와 선수 선발로 팀워크를 다지고 시스템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고전적 충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전봇대 뽑기, 손톱 및 가시 제거는 하도 들어 이골이 난다. 전시행정으로 규제가 걷히고 경제가 도약한다면 대한민국은 오래 전에 몇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을 것이다. 생각이 굳어진 공직사회의 관성은 쉽게 휘어지지 않는다.

시대가 수직 규제에서 수평적 다원화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자리나 권위로 해결될 문제는 많지 않다. 인터넷과 모바일 세대의 경제정책은 수평적 분업 때 효율이 올라간다. 수직과 수평의 물리적 역학관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직적인 통치방식부터 개혁이 시급하다. 수직의 혁파 없이 수평의 효과는 미지수다. 권력에서 수직으로 내리 꽂는 전통기법만으로 백성들의 수평적 고요와 태평성대가 보장되지는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