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철균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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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철균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 이지연 기자 j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3월 09일 2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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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의 운명은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산업 전체의 운명"
   
 

[컨슈머타임스 이지연 기자]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했다. 온라인 위주로 소비되던 게임은 4000만명이 이용하는 모바일로도 플랫폼을 확장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게임콘텐츠의 해외시장 수출액은 34억 달러로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 이슈들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철균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게임에 대한 사회 부정적 시각에 대해 게임이 치러야 할 '인생의 세금'이라고 비유했다. 게임을 찬반하는 측이 엇갈리는 것은 '살아있는' 문화가 당면하는 성장통일 뿐이라는 말이다.

◆ "게임의 핵심 가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

Q. 현대사회에서 게임이 갖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일지.

== 현대사회의 모든 조직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생산중심주의'에 놓여있습니다. 더 많이, 더 싸게, 더 빨리 생산하도록 구조화되고 이런 사회 구조를 재생산하는 형태로 사회가 달려가고 있죠. 그러나 게임은 '유희중심주의'에 놓여 있습니다. 게임의 가치는 생산중심주의로부터 눈을 돌려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습니다. '도구를 만드는 인간'(호모파베르)에서 '유희하는 인간'(호모루덴스)으로, 이미 결정된 기존의 가치를 혁신하고 또 다른 비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게임의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Q. 소설가, 평론가, 학자로서 입지를 굳혔는데 게임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소설도 써보고 영화, 미술, 발레, 오페라 등 여러 분야의 엔터테인먼트를 접해 봤지만 '몰입'이라는 관점에서는 게임만큼 강력한 장르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소수의 작가가 쓰고 다수의 독자가 받아들이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게임은 작가가 발단과 전개만 만들어 놓고 결말은 독자(사용자)가 씁니다. 수십만명이 함께 작가가 되는 이야기인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게임이 지닌 이야기는 너무도 매혹적입니다.

Q. 게임 산업의 세계적 트랜드는 무엇이 될지.

== 게임산업의 세계적인 트랜드는 '트랜스 미디어', '모바일 혁명', '소셜 네트워킹' 3가지로 요약됩니다.

'트랜스 미디어'란 미디어 간의 경계를 넘어 서로 결합되는 것을 말합니다. 모바일 미디어, 웨어러블 미디어 등 플랫폼들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1개의 플랫폼에서 실현되는 기대 수익이 줄어들었고, 시장의 주체들은 정상적인 이익 실현을 위해 매체 전환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모바일 혁명'(스마트폰 혁명) 이후 컴퓨터는 신체의 일부가 됐습니다. 기존에는 업무의 일부였던 컴퓨터가 이제는 신체의 일부,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죠. 피씨방(컴퓨터)에서 이뤄졌던 게임들이 오늘날에는 모바일을 주류 매체로 하고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킹'이 확산되면서 실제 세계에서 친숙한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하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게임을 하는 공간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곳이라 생각했으나 지금은 인식이 변화했습니다. 따라서 요즘에는 누구나 쉽게 즐기고 이용할 수 있는 트랜드가 강조되기도 합니다.

   
 

◆ 국내 게임 시장의 현황과 발전 가능성

Q. 게임은 문화콘텐츠 기업 가운데 수출이 가장 많은 분야다. 국내 게임 산업은 향후 어느 정도 수준으로까지 발전할지.

== 사실 게임 산업의 운명은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전체 산업의 운명과 같습니다. 다른 모든 콘텐츠를 합한 양보다 수출량이 더 많고, 게임이 무너지면 창조 경제도 무너질 만큼 중요한 산업입니다. 다행히 한국의 게임산업은 긍정적입니다. 지난해 게임 산업 매출의 70%는 온라인 게임에서 나왔고 가지고 있는 기술도 월등합니다. 이 기술력을 지속·발전시켜 온라인 게임을 보다 더 혁신시킨다면 게임 산업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봅니다.

Q. 온라인 게임의 모바일화는 외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발전했는지.

== 스마트폰 게임이 나오기 시작한 지 2~3년이 된 상황에서 어떻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바일(스마트폰) 혁명과 함께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국내 온라인 게임을 모방했는데 모바일(게임)의 경우 스웨덴이나 중국의 게임을 우리가 따라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독창적 아이디어나 개발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Q. 스마트폰 게임 시장 활성화를 위한 국내 현황.

== 분명히 스마트폰 자체가 견인하는 시장은 큽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스마트폰 게임은 라인(LINE)이나 카카오톡의 부가 시장이 돼버린 상황입니다. 유통업자인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사업자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게임 개발자는 정작 20% 정도만을 가져가는 구조로 정착해 있습니다. 유통업체에 비해 공급자(개발업체)가 수적으로 희소성도 없기 때문에 이 수익구조는 변하기 어려울 것 입니다.

Q. 플랫폼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대처 방안은.

== 국내 게임업체들은 앞으로 장대한 회사 구조보다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자회사의 3단 구조로 나아갈 것입니다. 스마트폰 게임을 보면 현재까지 유의미한 규모의 이익을 실현하지 못해 변화를 시도 중입니다.

Q. 지난해 말 이슈화된 이른바 '게임중독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새로운 문화가 성장해갈 때 '소설 중독법', '영화 중독법'과 같은 사회 일각의 비난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18세기 후반에는 소설 중독이, TV가 나왔을 때는 문명이 퇴보할 것이란 이슈들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게임 차례고 당연히 치러야 할 인생의 세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억울해야 할 일도 없고 어쩌면 역사의 데자뷔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논쟁과 문제들은 거시적으론 하나의 명작의 탄생과 함께 잠식됩니다. 게임에서도 발자크와 플로뵈르, 에밀 졸라 같은 거장들이 나오면 되는 것이죠. 

◆ 류철균 교수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로 필명은 이인화다.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밀리언셀러 '영원한 제국'을 비롯해 '시인의 별', '지옥설계도' 등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창작 발레 '신시21', 설치미술 '아슈켈론의 개', 영화 '청연'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온라인 게임 '쉔무', '길드워'의 스토리 작업에 참여했다. 웹전략 게임 '인페르노 나인'과 모바일 게임 '핑거스톤'을 개발했다. 연구서로는 '한국 온라인 게임 스토리의 창작방법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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