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식 다산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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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식 다산북스 대표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2월 10일 0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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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시장의 위기는 또다른 기회…독서교육·경영이 문화 강국 지름길"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도서∙출판 관계자들을 만나면 "어렵고 힘들다"라는 얘기밖에 듣지 못한다. 김선식 대표는 "오히려 기회를 만났다"고 힘줘 말한다. 

그는 '다산북스'를 창업 10년 만에 어엿한 대형 출판사로 키워냈다. 위기를 기회로 보는 에너지 덕분이다. 그는 최근 '카테고리를 디자인하라'는 마케팅 서적의 공동저자로 나서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의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한 다산북스 창업정신처럼 김대표는 "(자본주의 시장이) 인간을 위한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24시간 문을 열어두는 다산북카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에서 직원들과 독서토론에 골몰하고 있던 그를 직접 만났다.

◆ "출판업계 위기, 이 시장의 진짜 기회"

Q. 출판사 창업의 계기가 있다던데.

== 처음 직장생활을 출판사에서 시작했다. 열심히 일한만큼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다. 그때 일하면서 고민했던 모순점이 몇가지 있었다. 첫째, 개인의 비전과 조직의 비전이 왜 합치되지 않는가. 둘째. 왜 나의 성장을 위한 학습이 이뤄지지 않을까. 셋째, 왜 수익을 함께 나눌 수 없을까. 이 세가지 의문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모델의 출판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다산북스'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그분의 호를 따서 지었다. '몬테소리'처럼 다산 선생을 전세계에 알리는 그런 글로벌 출판사가 목표다.

Q. 어딜 가나 출판업계가 어렵다는 얘기밖에 들리지 않는다.

== 어려운 건 사실이다. 시장은 축소됐다. 모바일이 점유하는 시간이 커지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구조조정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졌다.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도 가능해졌다. 콘텐츠를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 시장에 진짜 기회가 오고 있다고 본다.

Q. 시장은 어렵다는데 오히려 훨씬 많은 책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좋은 책'을 고르는 다산북스만의 기준이 있다면.

== 출판은 크리에이티브한 산업의 중심에 있다. 독창성, 즉 '나만의 목소리'가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어디선가 짜깁기한 글들이 아닌,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고뇌한 흔적이 있을 때 글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럴 때는 무명이라도 무관하다. 실제로 우리 출판사는 무명 작가들을 여럿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그들이 가진 에너지에 집중한 덕이고 그런 부분이 우리 출판사의 가치관과 잘 맞았다. 권위와 관습에 복종하기 보다 그걸 깨트리려는 사람들, 그런 작가들과의 작업을 즐긴다.

   
 

Q. 최근 '카테고리를 디자인하라'는 책을 썼다. 원래 마케팅이나 소비자 심리에 관심이 많았나.

== 출판사의 '마케터'로 일을 시작했다. 함께 책을 쓴 김훈철 작가는 35년 마케팅 전문가다. 그분과 인연을 맺은 게 거의 15년. 매주 만나서 마케팅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인간의 자아실현을 위해 복무하는 게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바로 그 시장을 인간을 위한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김훈철 작가와 저의 철학이 담긴 책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꾸면서 진정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카테고리를 새롭게 창조한 사람들이다. 남들이 점유하지 못하는 소비자의 인식을 점유하는 것, 판을 읽어내는 생각의 깊이가 필요한 것,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으로 우리의 제품을 놓아야 하는 것, 그게 훌륭한 마케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와 무의식을 이해해야 한다. 그 방법을 제시했다.

Q. 그렇다면 도서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킨 '힐링'의 다음 카테고리는 뭔가.

== '힐링'을 대체한 게 바로 인문학이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은 왜 사는가 하는 철학적 질문들에 근본적인 답을 줄 수 있는 메가트렌드가 인문학이다. 건강한 사회로 바꾸기 위해 환경, 인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힐링은 이런 변화의 경향을 보여준 거고 이제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이다.

Q. 출판사 최초로 24시간 북카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운영이 쉽지 않을 텐데.

== 어렵다. 사실상 크게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카페는 '물장사'와 '공간 공유'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고 본다. 우리는 그 중 '공간 공유'를 택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싶었다. 조앤롤링이 해리포터를 쓴 곳도 집 앞 카페였다. 여기서 조앤롤링 같은 작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공간이야말로 하나의 문화다. 또 카페는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다. 지나치게 독서실화 되어서도 안 된다. 여기 누군가가 정말로 24시간씩 앉아있다면 그건 '공유'라는 취지에 맞지 않다. 회전율이 높지 않아 빈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분들도 많다. 이런 공간이 문을 닫게 되면 모두의 책임이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양보해주는 '스페이스 쉐어링'도 운영하고 있다.

Q. 최근 제주도에 3억원 가량의 책을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다.

== 애써 만든 책이 좋은 책이 시장에서 외면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게 너무 아깝다. 지금까지 군대에만 15만권의 책을 기증했다. 이밖에 소외계층을 위해서도 많은 책을 내놨다. 책은 가난한 사람들, 어린아이들의 영혼에 힘을 준다.

◆ "도서정가제는 문화 발전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

Q. 출판업계에서는 완전한 도서정가제 정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해당 법안은 사실상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 도서정가제는 문화 발전을 위한 정말 최소한의 인프라다. 뭔가 대단한 보호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 원저작이 없으면 영화도 문화도 발전하기 어렵다. 완전한 도서정가제의 확립과 제대로 된 독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자라나는 학생들은 그저 입시, 점수에만 매달려 독서교육 자체가 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시장이 어렵지만 대부분의 출판업자들이 사명감으로 일한다. 책은 가격 경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반값'에 팔아 판매고를 올리기에 혈안될 게 아니라 더 좋은 정보를 주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도서관도 확충해야 한다. 돈이 없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인권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Q. 직원들을 대상으로 독서교육경영을 하고 있는데.

== 지금은 지식이 끊임없이 변하는 시대다. 지식을 학습하지 않는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독서교육경영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세상과 호흡한다는 느낌을 준다.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야 할까하는 방향성이 보인다.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관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간을 수단화하는 것이다. 인간을 수단화하면 사람들은 빠져나가려고만 한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열정을 가질까 고민했다. 그래서 독서의 힘을 빌렸다. 책은 한 사람의 영혼과 무의식에 침투한다. 이슬비에 젖는 것 처럼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Q. 책을 읽지 않는 소비자들을 독서인구로 끌어오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나.

==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같은 공간이 많아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서 말했지만 도서관도 확충되어야 한다. 도서관의 신간 구입률도 높여야 한다. 학교에서 토론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에만 돈을 쓴다. 독서교육, 독서경영이 생활화 된다면 선진국, 문화강국이 되지 않을래야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다. 창의적 사고, 비판적 사고 그걸 길러주는 게 독서다. 우리 사회가 그걸 방기하고 있다. 

Q. 책 수출에도 활발하다. 국내 작가들의 책이 해외에서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 200~250권의 책을 수출하고 있다. 콘텐츠 강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크다. 선진국 콘텐츠를 왜 사오려고만 할까, 우리의 정신과 혼을 팔아보자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 출판사의 한 책은 우리나라에서 50만부가 팔렸는데 중국에서 1권이 80만부, 2권이 40만부가 나갔다. 아시아 지역에서 반응이 좋다. 

◆ 김선식 대표는.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동안 운동권에 몸담았다. 두 곳의 출판사 미라북스와 거름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일했다. 이후 2004년 다산북스를 창업, 대표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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