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염불 공기업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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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염불 공기업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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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공염불 공기업 개혁

 

 

 

 

공기업들의 파티는 끝났다고 밀어붙이는 모습이 신선했다. 공기업 부채 500조원 시대. 이 와중에 호화로운 연수원을 짓고 자기들끼리 상여금을 나눠 갖고 일반인들은 엄두가 안 나는 수준의 자녀학비를 넉넉히 축내던 공기업들의 행태를 보다 못해 '드디어 이번에는 뭔가 칼질을 하려는 모양'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 행보였다.

 

결기가 부족하다고 늘 손가락질 당했던 현오석 부총리가 비장한 표정으로 개혁을 힘주어 말할 때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정부부채보다 더 많은 공기업 부채를 팽개쳐놓고는 경제 살리기를 제대로 해낼 수가 없는 형편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열흘 사이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28조원의 부채덩어리 도로공사 새 수장에 친박계 김학송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임명되었다. 그를 공기업 전문가라고 평가할 근거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경남 진해에서 여당 3선 의원을 했고 지난 대선에서 유세지원본부장을 맡았으니 당연한 논공행상이라면 할 말이 없다. 빚더미 도로공사가 걱정일 뿐.

친박계 현명관씨는 마사회장에, 지난 10월 경기도 화성에서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 당선을 위해 출마를 포기한 김성회 전 의원은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됐다. 용산참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숱한 논란 끝에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럼 그렇지"라는 자조가 터져 나오고 개혁이 허망한 구호로 드러나 보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다. 적당히 일하는척하고 3년 때우다 지나가는 정치판 과객을 너무 오래 봐왔던 탓이다. 이런 인사가 줄을 이을 것이다. 정권은 어차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척하고 그들의 전리품을 나누는 게 관행이었으니까 뭐 그리 화낼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뭔가 달라지기를 고대했던 국민들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작년 말 대선승리를 거머쥔 박근혜 당선자는 심각한 어조로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했다. "최근 공기업 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은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고 선언했다.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비전문가 공기업접수는 현실로 나타났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과거 정권과 똑같이 반복되는 낙하산 구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정권출범 공신들을 잊지 말고 자리 좀 챙겨 달라"고 아우성대는 새누리당의 성화를 대통령인들 저버릴 수 있었겠느냐고 한다면 또 할 말이 없다. 과거 어느 정권이나 다 이랬다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애초 걸었던 높은 기대와 달리 그저 그런 대통령일 뿐이다.

공기업들은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의 빚잔치 중이다. 라가르드 IMF 총재의 경고나 글로벌 금융사의 수많은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우리경제가 공기업 부채에 발목이 잡혀있음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런 마당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밀어준 새 정권이 버려야 할 구태를 이어가는 것은 기대 밖이다.

애꿎은 부총리를 내세워 개혁이라는 말을 꺼내지나 말든지 공기업 파티를 끝장내겠다고 선포한지 며칠 만에 이런 비개혁적 인사를 발표하면 이건 이율배반이다. 어차피 정치란 말의 성찬, 말의 장난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뭔가 잘해나가기를 바라던 마음들이 싸늘해짐은 어쩔 수 없다.

공기업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싱가포르 모델을 연구하면 무엇 할 것이며 민간 전문가가 넘치면 어디에 쓰겠다는 것인가. 약속과 개혁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현실에서 낡은 줄서기가 횡행하는 한 우리에게 공기업 개혁의 희망은 멀다고 봐야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성찰하지 않으려는 오만함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 하다. 이런 인사를 해놓고 공기업 노조나 시민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하면 말이 통할지가 걱정이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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