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2013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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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2013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가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11월 25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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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이틀'로 문단 호평…"문학의 본질은 사람을 위로하는 것"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잠시나마 문학소년∙소녀가 아니었던 청춘이 어디 있을까. '작가'라는 이름은 사는 게 팍팍하다는 핑계로 저 깊이에 묻어뒀던 한때의 꿈을 되새기게 만든다.

숱한 인터뷰 중에서도 유독 이번 만남을 위한 걸음이 설렜던 이유다.

윤성희 작가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 이 시대의 실력파 작가 중 한 명이다.

예술가이기 때문에 자칫 까다롭고 어려운 사람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옆집 언니처럼 편안하고 소탈한 웃음으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킨다.

"소설은 결국 사람에 대한 얘기"이며 "내면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게 문학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빛은 한없이 깊다.

◆ 소설은 타인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하는 것

Q. 최근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이틀'은 어떤 작품인가.

== 말 그대로 '나'가 이틀 동안 회사에 가지 않는 얘기입니다. 봄에 목련 꽃이 폈습니다. 그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한번쯤 '이 좋은 봄날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요? 한번씩 일탈하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Q. 언제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 스무살 때부터였습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기 보다 글을 읽는 게 행복하니까 글을 쓰고 싶었어요. 당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글쓰기를 가르쳤습니다. 저 시인들은 어떻게 가르칠까, 저 선생님들이 있는 학교에 가면 뭘 배울 수 있을까. 그게 더 궁금해서 입학을 하게 됐고 그렇게 입학해 글을 쓰다 보니 소설이 재미있더라고요.

Q.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 나도 그게 궁금합니다. 열심히 하면 잘 쓰게 된다는 그런 말은 식상하고(웃음). 사실 중고등학교 때만 해도 글을 잘 쓰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후천적으로 소설의 언어를 공부했죠. 소설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관찰을 잘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령 작가들과 여행을 가면 재미있는 간판 하나만 봐도 다들 눈이 반짝반짝 해집니다. 평소 내 삶을 감각적으로 유지하는 것, 그리고 너무 잘 쓰려고 하지 않고 어깨에 힘을 빼는 것. 그러다 보면 잘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소설은 결국 사람에 대한 얘기입니다.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만 생각한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건 아니고. 오히려 사소하고 하찮고 소위 '찌질한'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도움이 됩니다.

Q. 글쓰기는 노력인가 재능인가.

== 노력이 더 많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 장르 중에 후천적으로 될 수 있는 유일한 장르가 문학인 것 같습니다. 마흔에 시작해도 될 수 있는 게 작가니까요.

Q. 종이책 전자책을 막론하고 책을 읽는 인구가 너무 줄었다. 작가로서 안타까울 것 같은데.

== 맞아요. 너무들 책을 안 읽죠. 전자책이라는 것도 종이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사는 거고. 전반적으로 독서인구가 너무 줄었습니다. 우리 소설들이 재미가 없나 그런 생각도 들다가 그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책 읽는 즐거움, 책을 곁에 두고 사는 게 얼마나 좋은 삶인지 잘 모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 똑똑해진다 훌륭해진다 이런 건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책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책만큼 내 속을 안 썩이는, '밀당'이 필요 없는 친구가 어디 있겠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문학소비자가 많다.

== 그래서 '힐링'에 관한 책, 자기계발서가 잘 팔리는 거죠. 다만 서사에서 위안을 얻는 일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사를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삶을 경험하는 캐릭터를 만나고 또 이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보는 폭을 넓힐 수 있을 텐데요.

나를 해석하고 나를 위로하는 책을 찾다 보니 자기계발서를 찾게 되는데 한번쯤은 나를 벗어나 내가 사는 세상은, 또 타인은 어떤지를 보는 눈이 필요한 때입니다.

Q.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내면은 공허한 시대다.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문학은 큰 깨달음을 주는 건 아닙니다. 독자가 그 내면에서 덜 외롭도록 돕는 것. 위로해주는 게 문학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책 속의 인물을 통해 독자가 나의 외로움을 치유하는 것. 그래서 그런 인물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저는 작가가 소설 속 인물들을 함부로 다루는 것, 그 인물들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Q. 본인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 첫 장편소설 '구경꾼들'. 애착이라기 보단 제가 장편을 썼다는 데 의의를 둡니다. 등단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소설을 쓰십시오' 이런 식의 원고 청탁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게 이 생활을 유지하는 힘이 되고 독자가 내 글을 읽는다는 책임감도 갖게 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나 조차 이 소설이 뭐가 될지 모르는 채로 연재를 시작했는데 연재를 하는 그 과정이 좋았습니다. 매일매일 글을 넘겨야 하니까 매일매일 소설을 쓰는데 그 삶이 참 좋더라구요. 저녁에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술 한잔 할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내 소설 생각만 한다는 게 굉장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 "나를 버리고 삼인칭으로 쓰면 세상이 달리 보여"

Q. 소설 쓰는 일 자체를 정말 사랑하는 거 같다.

== 쓴다는 행위는 아주 더딘 일입니다. 한 줄 한 줄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행위를 하다 보면 글을 쓴다는 일이 나 자신을 만들고 있구나, 노동이 나를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행위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대부분이 개인 SNS를 사용하는 등 글을 쓰는 인구가 늘고 있다.

== 정말 아쉬운 게 하나 있습니다. 글이라는 건 나에 대해 쓰면 쓸수록 내가 공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쓰는 글은 나의 하루를 나열하는, 나를 보여주기 위한 글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쓰는 삶을 산다면 타인에 대해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삼인칭으로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 재미가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가령 미운 상사를 봐도 마냥 미워하기 보다는 대체 저런 캐릭터는 어디서 왔을까 하고 좀 더 넓은, 다른 각도로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Q. 마지막으로 작가를 꿈꾸지만 번번이 등단을 앞두고 미끄러지는 청춘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건지 소설을 써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건지 혼동하면 안 됩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은 건지 소설을 쓸 때 행복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랍니다. 소설을 쓰면 괴로운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마냥 유행에 맞는 소재를 찾아 다니면서 쓰기보다는 한 인물에 대해 집중하는, 소박하지만 그 인물을 깊이 있게 쫓아가는 그런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 윤성희 작가는?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이 있고 장편소설로 '구경꾼들'이 있다.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황순원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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