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자본주의의 미래
상태바
한국식 자본주의의 미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http://www.cstimes.com
2013.06.17

 

한국식 자본주의의 미래

 

 

 

세월은 늘 빠르다. 정권이 바뀐지도 벌써 4개월이 넘었다. 시스템은 그대로지만 이를 떠받치는 제도는 변화 진행형이다. 여론과 공약을 따라 재빠르게 움직인다. 이 와중에 변화무쌍한 환경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생존의 방법을 찾아가는 생물체. 자본주의가 걱정이다. 성장대신 복지와 분배의 시대로 접어든 시점에서 애써 키워온 시장경제가 건전하게 전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 말이다.

더 이상 노예로 살수 없다는 을의 반란이 불평등한 거래를 파헤쳐야 한다는 국민적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제빵회사 사장이 호텔 도어맨을 손찌검했다는 소식에 번지는 기업타도 분위기, 대기업 총수의 주가조작이나 페이퍼 컴퍼니를 폭로하고 수사하는 행위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여론몰이식 기업 때리기는 좀더 고민해볼 대목들이 많은 것 같다.

정주영 이병철 같은 걸출한 타이쿤들이 뿜어내던 신바람 성장경제를 이제는 포기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우리 모두는 답을 내야 한다. 몇 개 대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컸고 이 정도면 적당히 나눠먹으면서 안주하는 삶이 행복이라는 답을 내고 싶다면 이런 고민조차도 할 필요가 없겠지만 국가라는 것이 미래도 있고 다음세대도 있는데 그리 쉬운 명제가 아니다. 세상이 달라졌다 치고 죽기살기는 아니더라도 성장에 대한 유연한 태도와 우정 있는 설득. 그 정도는 합의가 이뤄져야 소위 창조경제의 전진이 이뤄지지 않을까 해서 하는 걱정이다.

경제는 현대국가를 지탱하는 알파요, 오메가다. 기업들이 멍들고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면 우리의 미래는 뻔하다. 그걸 알면서도 감정정치 나쁜 경제를 고집하겠다면 이 함정에 빠져 고생하는 무수한 나라들을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합리적 토론을 무시하는 주먹질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금을 더 걷어 낮을 곳을 거두고 복지라는 선물 바구니를 내놓으려면 역시 중심타선은 기업이다. 열쇠는 성장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그들을 따라 하려는 청년들이 줄기차게 나와줘야 선순환 고리가 완성되는데 최근 기업인들의 파이팅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대기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동안 중소기업도 함께 혼수상태에 이르고 있다. 1차원적 감정으로 상황을 몰아가면 반기업 정서만 부풀려지고 건전한 대안은 논의조차 어색해진다. 회사 못해먹겠다는 하소연이 팽배한 현재의 시장생태가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쯤에서 시장경제의 성격을 재정의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교과서대로 반추하자면 상이한 욕구를 가지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개인의 선호와 선택이 만들어내는 교환과 제휴가 시장경제다. 이는 자본주의를 꽃피웠고 인간행동학 가운데 가장 세련된 과학으로 오늘날까지 추앙 받아 오고 있다. 그런 생리를 가진 시스템에 여론몰이식 통제와 규제를 지나치게 가하면 엉뚱한 방향에서 포장지가 찢어질 수도 있음을 역사가 가르쳐 주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선구자 루드비히 폰 미제스(Ludvig Von Mises)는 규제를 만들고 공포를 파는 행위야말로 사회주의로 가자는 선동이라고 일찌감치 경고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재의 생활수준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글과 말을 만들어낸 이들이 아니라 그들이 사익만을 추구하는 추악한 자들이라고 분노의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근거에서 자본주의를 불공정한 체제로 거부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본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유지되는가, 그리고 생산과정에서 자본의 사용으로 파생되는 이익이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망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자본주의 정신과 반자본주의 심리 사이를 흐르는 미제스의 철학적 사고가 새롭다.

사람은 맑은 하늘 아래에서 어두움만을 볼 수도 있고 반대로 어두운 상황에서 맑은 하늘만을 볼 수도 있는 존재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진실을 호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공부깨나 했다고, 높은 지위를 거쳤다고 경험이 좀더 많다고 해서 자신들의 신념을 현실에 투영하고 왜곡한다. 무엇이든지 합리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해 근사한 스토리와 논리를 끌어다가 줄기차게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세계관을 세상에 퍼뜨린다

지금 성업중인 경제민주화론이 왜 전근대적이며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 논리인지를 성찰해야 시대가 요구하는 정확한 답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 기업들에게 주문한다. 따라잡기에 성공해 이만큼이라도 끌고 온 당신들이 이제는 진정한 창조를 해내야 국민들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벌었다고 해서, 행세깨나 하게 됐다고 해서 경영권 자식 대물리기에 골몰하고 중소기업 팔비틀기나 해서는 공감대를 얻어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 옛날 전기 에너지, 자동차 모두 우리 것이 아니었다. 21세기를 선도할 기막힌 척후병들을 조련하고 이들에게서 획기적 결과물을 뽑아내 보여줘야 새로운 인정을 받을 것이다.

지난주 서울을 다녀간 마이클 샌델은 빈부문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토론하는 한국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지만 이처럼 폭넓은 계층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토론에 참석하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이고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열광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후속편 준비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당신이 사는 사회가 공정사회인가라는 질문에 미국과 한국의 여론은 엇갈렸음을 밝혔다. 미국은 공정하다고 답변한 반면 한국은 대부분이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이것은 미국사회가 공정하고 한국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불공정성에 대해 토론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뒤집어 보면 합리적 공동체를 만드는데 이만한 관심과 에너지를 가진 나라도 드물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좋은 생각과 정책이 결실을 내려면 정밀한 계산과 정확한 타격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가 주장하던 복지정책들을 박근혜 정부가 더 깊게 받아들여 실시 중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변화다. 누가 보수이고 진보인지 구별이 안 되는 세상이다. 세계 10위권 무역국가라는 숫자의 마약성과 신화는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허상이다. 성장을 지향하고 기업가 정신을 줄기차게 밀어주는 것만이 모두가 만족하는 파이를 키워낼 수 있다. 합리적 설득과 상호이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