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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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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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9

 

경제 정책이 안 보인다

 

 

 

역시 예측이 맞았다. 선거라는 바람몰이가 끝나자 냉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고 경제현장의 비명소리가 자자하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그들끼리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다. 이건 아니라는 얘기일 텐데. 기대했던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누구를 비난하고 원망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정치란 본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사람들의 마음만 잠시 흔들렸을 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신세라니. 어쩌다가 한국경제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들이 많다. 소문난 부채도사 글로벌 컨설턴트들은 한강의 기적이 멈췄다고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호들갑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경제가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는 듯하다. 국민행복세상은 정책 우선순위 다툼과 빈곤 중산층에 가려 초반부터 빛이 바래지고 있다. 인사를 둘러싼 자존심세우기와 객기를 부리는 동안 집권초기 타이밍을 놓친 감이 없지 않다. 경제는 시간싸움이고 초기 대책이 중요한데 이를 알면서도 덫에 걸려 꼼짝 못하는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경제, 우리를 배우겠다고 나선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 새마을 운동을 수입하려고 줄을 서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한국은 어떤 미래를 보여줘야 할까. 진지하게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 볼 때가 되었다. 낮은 성장이 당연한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분배가 우선이면서 뭔가를 해내야 하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지의 대안 말이다. 잘 벌고 흥청거릴 때야 적당히 해도 빛이 났지만 지금은 치열한 노력이 요청되는 때다.

부풀려 졌든 사실이든 우리처지가 위기임에는 틀림없다. 일본의 엔저 폭풍 속에 북한변수까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의 의견들은 좀처럼 한곳으로 잘 모아지지 않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부활시켜 한국경제를 추스르겠다고 나설 때까지만 해도 기대만발이었다. 문제는 돌아온 부총리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경제를 좀 아는 총리를 내세워 일사분란하게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고 무던히 훈수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인사실패로 끝났다. 손발을 맞춰내지 못하는 경제부총리를 왜 만들었는지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선공약의 선택을 놓고 고민하지 말고 정책의 속도감을 높이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단순한 메시지로 과감한 행보를 해달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역시 경제부총리다. 무게감, 존재감, 조율사의 역할이 요구된다. 물가와 금리 사이의 힘겨루기나 하는 한가함으로는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통합과 강력한 리더십이 실종된 경제 시스템이 오히려 위기요인으로 거론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들이야 죽지 않으려면 어떤 돌파구라도 마련할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인데 치밀한 준비로 야무지게 밀어붙이는 아베 정부의 엔저만 쳐다보고 앉아 있는 경제팀이 안타깝다. 인내심을 테스트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장관들이 적당히 안주하려는 지금의 체제에 색깔과 소신이 칠해져야 한다. 민심은 사나워지는데 부총리, 한은 총재, 경제장관들이 앞 다퉈 중소기업 방문기사로 조간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언제까지 전시용 '방문쇼'를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 눈치 살피고 여론 만들기 식의 전시행정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너무 오래 봐왔고 익숙해져서 이제는 좀 역겹다는 반응들이 많다는 것.

말이 나온 김에 누워서 침을 뱉자면 지금까지 대기업의 수출호황은 환율 덕을 톡톡히 본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곳간에 쌓아둔 400조원의 여유자금이 이런 내력을 갖고 있다 해서 무조건 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모양새가 사납다. 미래가 보이도록 청사진을 제시해서 스스로 배팅 하도록 정부가 명분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노사, 환율, 세금 등 민감한 사안은 손대지 않고 강압적으로 주머니만 풀라고 하면 그런 정부는 무책임한 정부다.

어떻게 그림을 그려내고 허리띠를 졸라매 이 어려운 파도를 넘어갈지 진검 승부의 면모가 담긴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경제나 안보가 강대국 틈바구니에 놓여있다. 직면한 환경을 잘 해쳐나갈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아이디어와 대안들을 정책으로 신속히 응집시키고 진지하게 앞날을 고민한 흔적이 담긴 청사진이 나오면 기업들은 시키지 않아도 제 발로 움직일 것이다.

통치자의 입만 쳐다보는 천수답 내각은 안 된다. 스스로 고민하며 존재감을 확인하는 경제팀이 되어주기를 촉구한다. 주변국을 압도하는 대책을 만들어내는 장관들을 보고 싶다. 백성들이야 어찌 되든 자리 즐기고 퇴직 후를 걱정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새로운 바람은 여기서 끝이다. 결기를 세우고 각오를 다져도 될까 말까 한 마당에 적당히 해보다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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