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복지에 대한 글로벌 아웃도어 업계의 인식이 진일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학대받은 거위털을 사용하지 않은 '착한 다운 재킷'을 선보일 계획이다.(사진=PETA) |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일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학대 받은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는 '착한 제품' 경쟁에 나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매출∙순위 경쟁에만 매몰돼있던 모습에서 탈피, 생명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학대 받은 거위 털 등 사용 안 해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독특한 환경철학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파타고니아는 올해 가을∙겨울시즌부터 출시되는 모든 다운제품에 100% 트레이서블다운(생산과정추적다운)을 사용한다.
푸아그라를 위해 강제로 사료를 먹여 키운 거위나 살아있는 거위에서 얻은 털을 사용하지 않는다. 거위 털 공급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추적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파타고니아는 국내에서 인지도는 크지 않은 '마니아 브랜드'에 가깝지만 미국에서는 노스페이스, 콜롬비아스포츠와 함께 3대 아웃도어로 꼽힌다. 동물 복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으로 정평이 나있다.
2007년부터 거위 알 농장과 사육장, 도축장에 이르기까지 거위가 유통되는 모든 과정에서 윤리적인 다운을 얻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글로벌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올해부터 모든 다운 제품에 100% 트레이서블 다운을 사용하게 됐다. 다운 공급에 관련된 지속적인 시스템 개발과 유통 과정 투명화를 통해 동물 복지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 관계자는 "파타고니아는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가을부터 파타고니아의 모든 다운 제품에 적용되는 '100% 트레이서블 다운 사용' 원칙을 아웃도어 업계뿐만 아니라 다운을 사용하는 전세계 모든 의류 브랜드들이 도입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노스페이스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노스페이스는 내년부터 '착한 거위 털' 인증 마크가 부착된 다운재킷을 선보인다.
한국 내 노스페이스 판권을 가진 영원아웃도어는 내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일부 다운재킷의 충전재로 인도적 환경에서 사육된 거위 털만을 사용했다는 인증 마크를 부착할 방침이다.
국내 토종 업체들이 아닌 수입 브랜드들의 선제적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국내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들 사이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1위 패션업체 제일모직의 빈폴아웃도어나 블랙야크 등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대비 동물 복지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관심도 업체들의 개선 움직임을 더디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국내 자발적 움직임 찾아보기 어려워
아웃도어업계 한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 비해 동물복지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동물자유연대 한송아 선임간사 역시 "과도한 소비가 불필요한 동물 학대를 낳는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극지방에서나 필요할 법한 제품을 구입할 때 내게 꼭 필요한 옷인지 한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업체들이 동물 털을 대신할 수 있는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대체 소재를 개발해도 결국 소비자가 이를 많이 찾아야만 (대량생산을 통해) 합리적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면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