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의 영차영차]송강호 '택시운전사'…기아차 '브리사' 종횡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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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의 영차영차]송강호 '택시운전사'…기아차 '브리사' 종횡무진
  • 정수남 기자 perec@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08월 05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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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는 꽁지 빠진 '포니' 질주…무지한 택시기사서 군사정권 압제에 눈떠
[컨슈머타임스 정수남 기자] 올 여름 대작 군함도와 경쟁하는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가 2일 전국 주요 극장에 걸렸다.

5일 영화계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송강호(김만섭 역)표 능청 연기와 유해진(황태술 역) 특유의 코믹·진솔 연기가 버무러진 감동 드라마다.

서울에서 개인 택시를 모는 만섭은 11살난 딸 은정과 친구이자 같은 택시 기사인 상구 아빠(고창석 분)네에 월세로 살고있다.

극 초반 만섭은 당시 전두환 소장이 일으킨 12.12사태로 군사정권과 유신정권 타도를 외치면서 연일 시위가 펼쳐지는 서울 신촌 일대 대학가를 돌며 손님을 태운다.

이 장면에서 만섭은 하라는 공부는 하지않고 시위를 일삼는 대학생들은 일방적으로 매도, 극은 무지한 만섭이 부조리한 군사정권의 압제에 눈을 떠 가는 과정을 그렸다.

상구 엄마(전혜진 분)는 서너달 밀린 월세 10만원을 요구하며 만섭을 몰아세운다. 다음 날 만섭은 기사 식당에서 우연히 회사 택시를 모는 한 운전기사가 "식사 후 국도극장 앞에서 전라도 광주까지 10만원에 예약 손님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부리나케 식당을 나간 만섭은 국도극장 앞에서 위르겐 힌츠페터(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운다. 피터는 일본 특파원으로 독일 언론사 ARD 기자다. 일본에 이슈가 없자 뉴스를 찾아 한국에 온 그는 알고 지내는 한국인 기자(정진영)로부터 광주가 심상치 않다는 말을 듣고 광주로 갈 결심을 하는데…

극의 시대적 배경은 5.16 광주 민주화 항쟁이 발생한 1980년이다. 이로 인해 도로에는 당시 국내에서 판매됐던 현대차 포니와 그라나다, GM코리아의 제미니, 신진 레코드 등 클래식 차량이 대거 등장한다. 다만 카메라는 이들 차량을 선명하게 포착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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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운전사는 소시민적 시각에서 1980년 광주의 실상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올 여름 극장가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극중 만섭은 기아차 브리사 개인 택시를 몬다.

1944년 경성정공으로 출범한 기아차는 1973년 당시 경기도 시흥군 소하리에 자동차 공장을 준공하고 2.0ℓ 휘발유 엔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ℓ 휘발유 엔진은 자동차 완전 국산화를 이루는 계기가 되면서, 이듬해 첫 국산차인 현대차 포니의 탄생을 촉발했다.

기아차는 같은해 12월 1.0ℓ, 1976년 10월 1.3ℓ 휘발유 엔진을 각각 개발했으며, 1978년에는 디젤 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당시 기아는 일본 마쓰다의 파밀리아 픽업 차체에 자사의 엔진을 얹어 B-1000 픽업을 선보였다. 이어 1974년 10월에는 기차 최초의 승용차 브리사가 나왔다.

기아차는 브리사를  생산하면서 엔진, 구동축, 클러치 등을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면서 65% 이상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이어 1975년 기아는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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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부터)만섭이 모는 기아차 브리사 택시가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다. 브리사 앞을 달리는 차량이 현대차  그라나다이다. 브리사가 산길을 통해 광주로 들어가고 있다. 
1974년 12월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된 브리사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3875㎜, 1540㎜, 1399㎜이었다. 브리사는 당시 인기던 현대 코티나, 신진 시보레, 아시아 피아트보다 차체가 작았지만, 성인 5명이 탈 수 있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구현했다.

브리사의 수냉식 직렬4기통 배기량 985㏄, 62마력 휘발유 엔진은 최고 시속 140㎞에 고연비를 자랑했다. 브리사는 1973년 터진 1차 석유파동으로 기름값이 종전보다 3배 이상 올라 탁월한 유지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만섭과 피터는 광주와 이어지는 모든 도로가 차단된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광주 입성에 성공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택시기사 태술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분)을 만난다.

만섭과 피터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부가 철저히 언론을 탄압하면서 자신들에 항거하는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 세우고 총칼로 무자비하게 살육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취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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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부터)광주의 한 택시 회사에  포니 택시가 줄지어 있다. 차량 뒤쪽에 조랑말 엠블럼이 보이다. 극 종반부에서 카메라가 잡은 포니 후면부. 광주 도심을 질주하는 포니 택시.
재식은 피터에게 광주의 실상을 세계에 전해달라면서 장렬하게 죽음을 택하고, 태술은 만섭이 무사히 광주를 빠져나갈 수 있게 돕는다.

만섭은 가까스로 순천에 도달하지만, 피터를 김포공항까지 태워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광주로 돌아간다.

극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피터의 존재를 안 군사 정부가 만섭의  택시를 잡기 위해 대거 출동한다. 만섭과 피터는 브리사를 몰고 달아나지만, 보안사 요원들이 타고 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맥을 못춘다.

이때 태술이 이끄는 꽁지 빠진 포니 택시들이 대거 등장한다. 태술은  광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동료 택시 기사들을 규합해 만섭의 도주를 돕는다. 이들은 보안사의 검은 SUV에  포니를 들이대면서 추격을 막는다.

1974년 국내 첫 고유모델인 현대차 포니는 일명 '꽁지 빠진 닭과 비슷한' 쿠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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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종반부에서 태술 등의 광주 포니 택시는 보안사 SUV를 막고, 만섭과 피터의 도주를 돕는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디자인을 맡았고, 현대차는 1974년 10월 55회 토리노 모터쇼에서 포니를 처음 전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6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자체 완성차를 생산하게 됐다.

1975년 울산 공장에서 50대가 생산된 포니는 1976년 5대가 남미 에콰도르행 배를 탔다.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3970㎜, 1558㎜, 1360㎜이던 포니는 당시 기아 브리사와 GM코리아 카미나 등에 비해 스타일, 엔진 성능, 경제성과 사후 서비스 등에서 월등해 인기를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 포니는 판매 첫해인 1975년 1만726대가 팔리면서 6916대의 브리사를 제치고,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의 독주를 알렸으며, 1976년 현대차는 내수 승용차 시장에서 56.9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대는 1982년 페이스리프트 포니2와 1983년 수출용 포니2CX를 출시했다. 포니2CX는 1984년  초 캐나다에서 판매되면서 현지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1990년 단종까지 모두 66만1510대가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다.

극중 카메라는 차량 후면의 'HYUNDAI'와 'PONY', 포니의  엠블럼인 조랑말 등을 한 차례 화면에 노출해 PPL(간접광고) 효과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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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술 등은 만섭과 피터의 도주를 돕기 위해 포니 택시로 보안사 SUV를 막는다. 태술이 내리막길에거 후진으로 SUV로 돌진하고 있다. 

반면, 지역 언론사 소속인 최 기자(박혁권 분)가 광주 시민들이 진압군에 저항하는 장면을 취재하면서 니콘 카메라를 사용한다. 카메라 전면의 하얀색 'NIKON'이 화면에 가득찬다.

결국 만섭과 피너는 김포 공항에 도착하는데 성공하고, 광주사태는 세계에 전파를 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개봉한 군함도가 고증과 친일 문제 등 논란의 중심에 있다"면서도 "택시운전사는 소시민적 시각에서 1980년 광주의 실상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올 여름 극장가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극중 피터는 우리나라가 수여하는 기자상을 2003년 받았다. 그는 자신을 태워준 택시기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2006년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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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영 2017-08-20 16:46:34
2016년 사망한건데요....

ㅇㅇ 2017-08-05 21:50:41
송강호인데.. 기사제목 이름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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