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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향 화가

자연의 신비와 회화적 현실의 만남 ‘스프리토조(spiritoso)’ 주제로 여행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2011년 09월 20일 화요일
   
▲ 작품 ‘춤추는 석양’ 앞에선 김정향 화가

어느새 코끝으로 제법 찬 바람이 불어온다. 보통사람들은 ‘차갑다’, ‘쌀쌀하다’로 가을바람을 정의하지만 김정향 화가에겐 바람도 ‘색깔 옷’을 입고 있다.

아주 편안한 친구같은 인상과 행동 등이 저널리스트의 무장을 단번에 해제시키는 매력을 갖고 있다. 우등생들이 낄법한 두툼한 안경에 귀여운 분위기의 세미정장, 솔직한 화법이 아주 오래만나온 사이처럼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그의 작품 ‘연두색 바람’, ‘푸른 남빛’, ‘자줏빛 방울’ 등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 속에서 빚어지는 형형색색 색깔들이 상상력을 타고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얹혀져 있는 느낌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화단에 이름을 알려 지금은 뉴욕에서 중견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터라 뉴욕타임스는 김정향의 작품을 두고 “마치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화가의 손에 이끌려 당도하게 될 이번 여행지는 ‘자연’의 세계다. 인간의 영원한 주제, 그 자연을 향해 달리는 화폭이 이채롭다. 가을냄새가 막 퍼져가는 오후 서울 이태원 언덕길에 자리한 BK 갤러리를 찾았다. 흰색으로 아담하게 꾸며진 갤러리의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작품을 통해 자연이 주는 ‘활기찬 기운’을 선사하고자 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자연의 신비와 회화적 현실의 만남”

Q. 이번 전시회 작품들의 색감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하신건데 테마는 무엇인가요?

   
   ▲ 작품 ‘연두색 바람’

==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자연에서 기운을 받는다는 느낌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 제목도 ‘스프리토조(spiritoso)’입니다.

영적이고 정신적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로 활기,  곧 살아있는 기운이라는 뜻입니다. 자연 본성에서 나오는 기(氣)와 에너지, 활기와 활력, 힘찬 느낌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자연의 숨겨진 신비성과 회화적 현실의 만남이랄까. 작가인 제가 느낀 상상력을 보는 관객들에게 꼼꼼하게 전달하고 같은 느낌속으로 들어가고자 했습니다. 보는 사람이 기운을 느끼고 잊혀졌던 자연을 공감하길 원했지요.

Q.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클레센트 역에 있는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경남 사천에 오픈한 LIG 인재니움의 47m짜리 대형 모자이크 작품, 이번 전시회 작품인 회화까지 살펴보면 작품세계가  매우 다양합니다.

== 2006년 까지만 해도 회화만을 고집해 왔습니다. 그런데 뉴욕 클레센트 역에 퍼블릭 아트를 처음 시작하면서 새롭고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퍼블릭 아트를 통해 멀티미디어로, 또 한편에선 ‘모자이크’로 그러면서도 함께 ‘그림’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퍼블릭 아트를 하면서 오히려 회화적인 것을 추구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행운이었던 것은 200여명의 내노라 하는 작가들이 응모했는데 우수작품으로 선정돼 를레센트 지하철역에 영구보존되는 영예를 받았습니다.

일련의 대형 프로젝트들을 통해 국제적 협연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작가로서는 큰 영광이었지요. 회화는 누군가 대신 그려줄 수 없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공공미술은 제약없이 마음대로 상상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표현함으로써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연을 통해 뭔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보입니다.

사천시 LIG 인재니움의 대형 모자이크 작품 역시 혼자 작업했으면 수년이 걸렸을지도 모르는 것을 이탈리아 전문팀과 협연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출수 있었습니다.  모자이크 조각 하나하나를 골라주면서 작업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사천포 해안의 광포만과 어우러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하나의 영감을 준것도 사실입니다.

   
   ▲ 경남 사천 LIG 연수원에 있는 김 화가의 대형 모자이크 벽화 ‘활짝 핀 채로’

(필자가 실제로 돌아본 사천의 대형 작품은 환상 그 자체였다. 우선 인재니움 연수원 입구 터널벽에 설치된 47미터의 규모에 압도당하고 총천연색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디자인과 조화로운 완성도가 백미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진 야간의 모자이크 설치물은 빛과  타일이  합쳐져 뿜어내는 하나의 영상미학을 선사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을 지나서인지 앞으로 공공미술에 대한 아이디어는 훨씬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서울이든 뉴욕이든 장소에 관계없이 공공미술분야에 더 획기적인 작품으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그림들을 보니까 이번 전시 작품들 속에 표현된  점, 선, 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 현대미술에서 평면작업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다들 해온 것이고 그만큼 역사도 오래돼 새로운 느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자기만의 세계와 화법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인데 자연에서 느낀 공감, 순간적 찰나 등을 색다르게 나름의 화법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해왔습니다.

저의 화법은 일단 작은 얼룩으로 시작합니다. 색깔 몇 개를 뿌려서 마르면 다른 색으로 옅게 비치도록 덧칠하는 형식입니다. 이런 과정으로 16겹 정도가 겹쳐서 색감이 표현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물감을 발라놓은듯 하기도 하고 점을 찍은 것 같기도 하지만 정면과 측면, 원거리 필링이 완전히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회화에서 말하는 ‘그렸다’, ‘칠했다’는 ‘흔적’ 혹은 ‘자국’들이 모두 인생과 자연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궤적’이 되는 것이지요. 그린다는 행위 자체를 겹겹이 그리고 동그라미나 별모양 또는 점 등으로 찍으면서 하나의 행위로 모아서 느낌을 아우르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 즐겨듣는 음악 바흐부터 에미넴, 요요마까지…변화와 도전은 쭉

Q. 뉴욕근교에 4천평이 넘는 포도밭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넓은 대지에 딸린 작업실에서 그리고 사색해서 그런지 자연의 공감이 더 깊다는 느낌이거든요. 작품구상은 어떻게 하십니까.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남편이야기도 해주세요.

== 틈틈이 정원을 가꾸고 점심먹고 20분 정도 쉴 때 잡초를 뽑곤 합니다. 시를 좋아해서 시와 소설 등을 읽으면서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음악을 듣지 않지만 바흐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무반주 첼로곡에서 우러나오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만지듯이 듣지요. 작품의 큰 틀을 짤 때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빛나는 디바로 제가 좋아하는 마리아 칼라스 노래를 듣습니다. 소프라노에서 솟았다가 휘어지는 그녀의 음성은 일종의 전율과 감동이지요. 그때 문득 어떤 메타포가 떠오르기도 해요.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때는 첼리스트 요요마의 연주를 듣지요. 또 정말 열받는다 싶으면 에미넴의 욕이 실컷 들어간 랩음악을 듣기도 하지요.(웃음)

남편은 쇼핑, 설거지, 빨래, 요리 등 제가 싫어하는 것을 다 좋아합니다. 덕분에 생활에서도 큰 힘이 돼 주고 있지요.(웃음) 10년간 뉴욕에 혼자 있었는데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고 그림까지 그리려니 힘이 많이 들었지만 이젠 남편을 만나면서 작업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같은 분야에서 작업하고 함께 고뇌할수 있어 좋은 친구입니다. 남편은 안살림하는 것을 좋아하고 저는 그림그리거나 바깥으로 나가 활동하는것을 즐기니까 궁합이 맞는 셈이지요.

(## 김 화가는 뉴욕 북쪽 시골에 4000평이 넘는 대지를 가꾸고 곡식창고를 스튜디오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또 김 화가의 남편은 인물, 패션 사진작가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중국계 켄 셩(Ken Shung) 작가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일 지 기대됩니다.

== 계속 쭉, 똑 같은 작품만을 하는 것은 재미없고 진부하게 느낍니다. 내 나름의 진부한 카테고리를 짜 놓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어려운 회화라는 틀 속에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제가 항상 새롭게 바뀝니다. 이것이 작가로서 도전이고 일생 추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가로서 변화와 도전을 하고 싶고 미지의 세계를 다시 열어보고 싶습니다.

   
 

Q. 세계미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서 ‘뉴욕타임즈’의 호평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곳의 트렌드는 어떻습니까.

== 한동안 비디오 아트 등이 많이 나왔습니다만 최근 다시 회화쪽으로 돌아가는 추세입니다. 평면의 그림만 보고 있자니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것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또 본래의 그림으로 돌아왔다고나 할까요. 회화가 이제 제 길을 찾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회화는 죽었다’고 하다가 다시 회화가 미술계의 흐름을 장악하기도 하는 돌고도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지요.

특이점은 1960년대 무채색의 미니멀리즘, 1980-90년대 신표현주의 등으로 정의할 수 있던 것과 달리 한마디로 ‘이것이 트렌드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개개인의 독창성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매우 짙어요. 회화의 본질에선 벗어날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회화의 기본적인 테두리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느낌으로 가는 분위기 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은 아무래도 회화의 역사가 길어 보통 사람들도 회화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현재의 트렌드는 관객들이 전통적인 회화에 많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한 것이 배경이 된 것이지요. 반면 우리나라는 항상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탓에 자기만의 세계가 아닌 눈에 반짝 띄여 이슈되는 것에 급급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작품들을 금방 식상해 해 오래가지 못합니다. 너무 급하게 ‘빨리빨리’ 하는 것 보다는 문화를 즐기는 층을 두텁게 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 김정향 화가의 ‘Spiritoso’전은 9월20일부터 10월30일까지 서울 한남동 BK갤러리에서 열린다.)

◆ 김정향 화가는?

김정향 화가는 1977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플랫 인스티튜트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85년 뉴욕, 윈도우스 온 화이트 갤러리에 가진 개인전을 시작으로 홀월주 현대미술관(뉴욕), 소호 미디어드 갤러리(아틀란타), 100브로드 웨이(뉴욕), 갤러리 89(프랑스), 예맥갤러리(서울), 등 뉴욕을 중심으로 서울, 프랑스 등에서 20회 이상 개인전을 가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안토니오 지오다노(뉴욕)에서 가진 개인전은 뉴욕타임즈에 실리며 크게 호평을 받았다. 그 외 에이미 사이먼 파이아트(웨스트 포트), AAAC(뉴욕), 메타포 현대갤러리(브루클린), 2x13갤러리(뉴욕), 금호미술관(서울), 아트 대구 특별전(대구)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대담-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정리-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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