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중흥 등 건설사, 언론사 인수 속내는
상태바
호반·중흥 등 건설사, 언론사 인수 속내는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12월 11일 07시 55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사 소유구조 '보도'에 영향…본업 뒷받침 도구로 전락 우려
322370_288832_0850.jpg
[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 등 중견 건설사가 올해 들어 언론사 인수합병(M&A) 시장에 꾸준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이미 지역 언론사를 보유한 중견 건설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명목으로 본업인 건설사업과 시너지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부영은 지역 언론사에서 중앙 언론사로 언론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대표적 중견 건설사로 꼽힌다.

호반건설은 최근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 주주가 됐다. 서울신문의 나머지 지분은 기획재정부(30.49%)와 우리사주조합(20.01%), KBS(8.08%)등이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이미 KBC광주방송의 지분을 40%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번에 포스코가 자산 정리 작업의 일환으로 시중에 내놓은 서울신문과 한국경제신문(지분 0.15%)을 사들이면서 3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호반건설은 이에 대해 "단순 지분투자"라는 설명이지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서울신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흥건설은 2017년 광주전남지역 언론사인 남도일보를 인수해 언론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올해 5월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간하는 헤럴드의 지분 47.8%를 684억원에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중견 건설사가 중앙 언론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부영은 2016년 제주지역 신문인 한라일보와 2017년 인천지역 신문인 인천일보를 각각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부영은 최근 경제신문 머니투데이, 통신사 뉴스1과 뉴시스 등을 운영하는 머니투데이그룹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들 중견 건설사의 경우 사업 구조가 국내 주택사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을뿐더러 대기업에 속한 건설사처럼 계열사의 공사물량을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주택시장이 포화하는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들도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중견 건설사에게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중견 건설사들은 언론사업 확대 역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내에는 언론사를 보유함으로써 본업인 건설업 운영을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은 건설현장 사고나 부실시공 등 각종 사건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언론사와 불편한 관계에 놓일 때가 종종 있는데, 언론사를 직접 소유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비판의 날이 무뎌질 수 있다.

또한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에 활용하기 좋다. 언론사를 오너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KBC의 경우 호반건설에 인수된 2011년 10월 이후 호반건설 관련 보도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전후로 보면 2010~2011년 2건에서 2012~2013년 11건으로 5배 넘게 늘었고, 이어 지난해까지는 35건으로 증가했다.

중앙 언론사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정관계 인맥 쌓기를 위한 포석이다. 이를 통해 전국의 공사발주 정보 수집을 비롯한 건설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언론을 소유하는 경우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방패막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보도의 중립성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