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주의 돋보기] '식구 챙기기' 바빠 헛다리 짚는 분양가 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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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주의 돋보기] '식구 챙기기' 바빠 헛다리 짚는 분양가 상한제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11월 11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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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국토교통부는 6일 김현미 장관 주재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과연 시장 안정화를 바라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이번 상한제 적용 지역은 서울로 국한됐다. 강남구에선 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 등 8개 동이 지정됐다. 송파구에선 잠실·가락·마천·송파·신천·문정·방이·오금 등 8개 동, 서초구에선 잠원·반포·방배·서초 등 4개 동이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됐다. 이밖에 강동구(길·둔촌), 마포구(아현), 용산구(한남·보광), 성동구(성수동1가), 영등포구(여의도)에서는 구별로 각각 1~2개 동이 지정됐다.

김 장관은 발표에 앞서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 분양가 관리를 회피하려는 단지가 있는 지역은 반드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 대부분 지역이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됐지만 서대문구와 동작구, 경기 과천 등 집값이 급등한 일부 과열 지역이 상한제에서 빠지는 등 당초 정부가 공언한 방향과는 맞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동작구의 경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전 재산을 투자해 상가주택을 구입한 서울 흑석9구역이 포함돼 있는 곳이다. 서대문구와 과천은 모두 현재 여당 의원 지역구이기도 하다. 특히 과천의 경우 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과천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어갔다"고 지적해가며 상한제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한 지역이다.

한편 같은 날 심의에서는 부산 동래·수영·해운대구 등 3개구와 경기 고양·남양주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이로써 부산은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났다. 고양시는 조정대상지역을 상당히 남겨두면서도 김 장관 지역구(일산 서구)를 풀었고, 부산은 여당이 총선 판도를 결정짓는 핵심지로 판단하는 지역이다.

그동안 지자체에서 여러 번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할 때는 들어주지 않다가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움직이는 모양새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부산 지역 부동산 경기가 이미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어 규제 해제 시점이 생뚱맞다는 지적도 나온다. 되레 가격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집값은 정치와 진영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 정부는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무관한 '총선용 민심 달래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결국 정부가 표심 잡기에 몰두하는 동안 서울의 청약 과열과 집값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외면하는 정부의 헛다리 진단에 집값 불안은 계속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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