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미국만 바라보는 액상 전자담배 정책
상태바
[이화연의 요리조리] 미국만 바라보는 액상 전자담배 정책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11월 04일 07시 50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사진.jpg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쥴 구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제 사용하면 안되는 건가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정책을 두고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다 중증 폐 손상에 걸린 환자가 1479건, 사망자가 33건 발생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의심사례가 1건 보고되자 '사용 중단' 경고를 내린 것이다.

지난 5월 말 쥴 랩스의 '쥴'과 KT&G의 '릴 베이퍼' 출시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로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난감한 것은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당장 리필형 액상 카트리지 제품이 편의점 5개사와 면세점 등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부분이 마약 성분인 'THC'와 '비타민E아세테이트'를 별도로 첨가해 사용한 사례인데 국내 유해성 검사는 내달이나 나올 예정이어서 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미국의 정책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매주 목요일마다 폐질환 관련 현황을 업데이트한다. 우리 정부의 발표 이후인 지난 22일에는 1604건의 폐질환, 34건의 사망이 확인됐음을 추가로 보고했다.

발생 건수 뿐 아니라 전체의 몇 퍼센트가 THC 사용과 관련이 있는지도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순수하게 니코틴 액상만 사용했다는 응답은 9월 26일 16%에서 지난 8일 13%, 15일 10%로 감소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니코틴 액상만 사용했음에도 폐 질환에 걸렸다는 의심사례가 1건 발생한 즉시 이번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 환자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얼마 동안 사용했고, 어떤 제품이었으며, 현재 어떻게 치료 받고 있는지는 함구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관련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안내하는 가이드라인도 일체 없었다. 미국의 경우 호흡곤란, 메스꺼움, 구토, 체중감소 등 증상이 나타날 경우 주의할 것을 안내한다.

폐쇄형(CSV), 개방형, 가향형 등 다양한 종류 중 어떤 타입이 특별히 더 유해한 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폐쇄형과 가향형의 결합 방식인 '하이브리드 제품'에 대한 언급도 쏙 빠졌다. 이 제품은 액상형 필터와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편의점과 면세점들은 정부가 청소년들의 접근성을 우려한 가향형 제품에 대해서만 판매를 중단하는 모습이다. 이에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옥시 사태'로 잘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미뤄볼 때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에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정 없이 결과가 도출되다 보니 전 업계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30만명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내달 조사결과 발표 전까지 주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