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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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아리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10월 23일 0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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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리 /시드앤피드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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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한류를 타고 한국 드라마가 세계 방방곡곡으로 한창 퍼져나갈 때 해외 시청자들이 가장 의아해했던 장면 중 하나는 이른바 '벽치기' 키스였다. 남자 등장인물이 여성을 강제로 벽으로 몰아세워 키스를 하거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끄는 장면은 명백히 폭력적인데 로맨틱하게 묘사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내밀한 폭력인 '데이트 폭력'의 경험을 기록한 인스타그램 연재 웹툰과 그에 따른 댓글을 엮었다.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화살과 가해자를 막을 수 없는 법의 허점으로 피해자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린다. '이별'을 말하는 순간 폭력은 더 심해지고 가까운 이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창틀에 앉힌 뒤 두 대를 더 때린 기억, 다 읽지도 못할 폭언과 욕설로 가득한 문자들, 스토커처럼 울려대는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보다 더 끔찍한 것은 피해자의 '그 이후'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마음을 열 수 없고 혼자 밤길을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내 옷차림과 내 행동이 이 모든 불행을 자초한 건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비슷한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단단히 껴안는 것은 책에 함께 실린 댓글들이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폭력보다 우리가 더 당신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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