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상의 밑줄긋기] 빈 껍데기만 남은 사장님, 그들도 결국 '을'이다
상태바
[조규상의 밑줄긋기] 빈 껍데기만 남은 사장님, 그들도 결국 '을'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3139_263466_2344 - 복사본.jpg
[컨슈머타임스 조규상 기자] "6개월 째 상가를 비워두고 임대료만 내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정모씨는 오늘도 한숨만 쉬고 있다. 그는 점포 계약기간을 1년 남겨두고 음식가게를 정리했다. 무권리로 점포를 내놨지만 보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장사를 계속하자니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빚을 감당하기 무서웠다. 그는 현재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 임대료를 갚고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씨 사례처럼 거리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전체 가구에서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은 70.2%로 지난해 2분기(67.4%)와 비교해서 0.8%포인트 증가했다. 근로자 외 가구는 영세 자영업자나 5인 이상 사업체를 운영하는 가구를 말한다.

자영업자의 빚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들이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전 분기 보다 12조6000억원 늘어난 425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그들은 사장님이라 불렸지만 취약계층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자영업자들을 사용자라는 이유로 갑으로 인식한 나머지 영세 자영업자마저 짓밟아 버렸다.

지난 2년간 29.1%나 인상된 최저임금의 직격탄은 자영업자들의 몫이었다. 경기불황에 매출은 떨어지고 있는데 늘어난 인건비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최저임금을 업종·규모별로 적용해달라는 그들의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면밀히 따지면 그들도 을이다. 임대인의 임대료 인상에 울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당하기 일쑤다.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 폭리를 취하는 배달앱을 이용하기도 한다.

더이상 우리사회가 을과 을의 싸움만 부추겨서는 안된다. 과도한 임대료에 대한 대책,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예방, 배달앱의 수수료 기준 마련 등 소상공인의 목소리에도 이제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소상공인에 대한 종합적인 육성·지원이 이뤄지고, 최저임금법 개정에도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