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가 된 일본車…"타지도 못하고 팔리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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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가 된 일본車…"타지도 못하고 팔리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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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에 일본산 차량 차주 불안 가중…중고차 판매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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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규상 기자] # 지난해 렉서스 NX300을 구매한 정모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자가 차량을 운행하지도 못하고 집 앞에 주차만 해놓은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전 구매한 차량이지만 불매운동이 격화되면서 죄인으로 몰리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중고차 시장에 차량을 매물로 내놓고 신차를 구매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일부 중고차 딜러들은 일본차 매입을 꺼려했고, 매입을 결정해도 턱없이 낮은 시세를 제시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날로 거세지면서 일본 브랜드 자동차를 소유한 차주들의 근심이 늘고 있다. 수천만원을 지불해 구매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불매운동으로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본산 자동차가 '혐일 범죄'의 대상이 되면서 차주들의 공포감도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50대 의사가 경기도 김포시 한 골프장 주차장에 주차된 렉서스 승용차 3대 운전석 쪽 문을 돌로 긁어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23일에는 인천 남동구 한 상가에서 지역 상인들이 렉서스 승용차를 쇠파이프로 부수기도 했다. 당시 동원된 차량은 한 상인이 8년간 탄 것을 자발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산 자동차를 운행하기 두려운 차주들은 중고차 시장에 매물을 문의하지만 중고차 시장도 냉랭한 반응이다. 구매문의는 현격히 줄어들고 중고차 딜러들도 일본차 매입을 꺼리고 있다.

온라인 중고차 경매서비스인 헤이딜러가 일제 불매운동에 따른 중고차 시장의 인기도 변화를 올해 6~8월에 걸쳐 분석한 결과 일본 브랜드인 중고차 인기도는 이달 들어 60% 가까이 떨어졌다.

이번 조사는 6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헤이딜러에서 경매가 진행된 렉서스 ES 300h, 인피니티 Q50,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5개 차종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렉서스 ES 300h, 닛산 알티마, 도요타 캠리 등 일본 대표 인기 차종들의 헤이딜러 경매 입찰 딜러 수는 6월 대비 8월에 57% 하락했다. 일본 중고차 1대 당 평균 입찰 딜러는 6월 8.9명에서 7월 6.6명, 8월 3.8명으로 줄었다. 이는 2018년 BMW 화재사건 후 대표 모델인 520d 평균 입찰 수 최저치인 4.8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헤이딜러 회원딜러 14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0.3%의 중고차 딜러들은 "불매운동으로 일본차 매입이 꺼려진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반일 감정이 일부 변질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늘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나의 사건이 일본산 차량 소유주들에게는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반일감정이 혐일로 이어지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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