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 코레일, 서울역 북부개발 사업자 선정 논란…2000억 왜 마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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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코레일, 서울역 북부개발 사업자 선정 논란…2000억 왜 마다했나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8월 2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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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컨소 "코레일이 불가능한 요구"…코레일 "법적·심사절차 문제없다"
▲ 서울 북부 역세권 개발 조감도
▲ 서울 북부 역세권 개발 조감도
[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과 관련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입찰가를 2000억원 이상 높게 쓴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을 배제하고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공개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업체를 제외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욱이 코레일은 지난해 부채가 15조원이 넘는 등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메리츠 컨소는 코레일 결정에 불복해 법적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법적인 부분은 물론 심사절차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최고 입찰가 제시한 메리츠 컨소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 일대의 코레일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해 개발하는 복합용도개발로 사업비만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컨벤션센터와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이 함께 조성돼 '강북의 코엑스'로도 불린다.

지난 3월 28일 한화 컨소시엄과 삼성물산 컨소시엄, 메리츠 컨소시엄이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메리츠 컨소는 경쟁업체보다 2000억원 이상 높은 9000억원대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우선협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의혹에 발목을 잡혔다. 금산법상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에 의결권이 있는 주식 20% 이상을 출자하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메리츠종금와 메리츠화재는 컨소시엄에 각각 35%, 10%를 출자했다.

이에 코레일은 당초 4월 말로 예정된 우선협상자 발표 일정을 미루고 메리츠 컨소에 6월 30일까지 금융위 승인을 받아올 것을 요청했다. 6월 들어 메리츠 컨소는 지금 시점에서 사전승인 요청이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17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코레일은 마감 기한 안에 금융위 사전 승인을 받아오지 않은 메리츠 컨소 대신 약 7000억원을 써낸 한화 컨소를 우선협상자로, 차순위협상자로는 삼성물산 컨소를 최종 확정했다.

◆ 메리츠 "금융위 승인 요구는 애초에 불가능"

이에 메리츠 컨소는 "코레일이 애초부터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를 했다"며 지난 16일 대전지방법원에 코레일을 상대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우선협상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냈다.

메리츠 컨소에 따르면 공모지침서상 우선협상자 선정 후 3개월 이내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의결권 있는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추면 문제가 없는데, 코레일이 자격을 주기도 전에 자격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금융위 승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SPC 구성 이후 사업 시행 전까지 금융위의 승인을 받으면 되고 필요 시점까지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자격을 박탈해도 늦지 않는데 서둘러 우선협상자를 교체한 데는 이해할 수 없는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코레일의 배임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메리츠 컨소와 한화 컨소가 제시한 입찰가가 2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임대시설부지 비율 역시 차이가 있어 향후 자산을 고려할 경우 추가 차액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매년 수천억원의 정부보조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코레일이 입찰가를 수천억원 낮게 써낸 한화 컨소를 선정한 것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코레일 "사업자 선정,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

반면 코레일 측은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해 관련 법령과 공모지침에 따라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했음을 강조했다.

코레일은 "메리츠 컨소에 50일이라는 기한을 두고 금융위 사전승인 등을 통한 소명 기회를 줬다"면서도 "관련법률 및 공모지침서상 사업주관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내·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메리츠 컨소를 우선협상자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에 따르면 공모지침서 제10조 4항에는 '사업주관자는 사업수행이 가능하도록 관계법령이 정하는 허가, 인가, 면허, 등록, 신고 등을 받았거나 자격요건을 구비해야 한다'며 금융위 승인 등 중요 법률 요건을 공모에 앞서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공모지침서 제30조 3항에는 '사업신청 시 제출한 컨소시엄 대표자 및 컨소시엄 구성원의 지분율은 SPC를 설립하는 경우 동일한 지분율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메리츠종금·화재의 지분만 20% 미만으로 낮추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소송과 별개로 사업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쪽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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