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캡투어, 여직원 유니폼 시착 논란…"발가벗겨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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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캡투어, 여직원 유니폼 시착 논란…"발가벗겨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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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가…" 훑어보며 평가… 여직원들 "일터에서 여성 인권 지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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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문영 인턴기자] 레드캡투어가 회장과 대표이사 앞에서 유니폼 시착회를 한다며 시착 모델 여직원을 찾기 위해 비서가 '44사이즈' 여직원을 찾으러 다닌 데다가 평소 여직원들의 몸매를 평가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레드캡투어는 서비스 기업으로서, 고객에 대한 회사의 이미지 제고와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 증진 및 복리후생의 차원으로, 여직원들에게 3년 주기로 새로운 유니폼을 제공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유니폼은 '회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라 할 수 있다며 새로운 디자인의 유니폼을 확정하고자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에 회사 경영진이 참석하는 것은, 회사의 최고 경영자로서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강조했다.

시착은 말 그대로 '시험 착용'이라고 말하며 업체로부터 10개의 샘플 제품을 제공 받아 내부 직원들이 직접 시험 착용을 해본 뒤 최종 디자인을 선정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의견을 나눔으로써 경영진과 직원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그 차원이 다르다. 레드캡투어 여직원들은 3년 마다 진행되는 유니폼 선정 작업을 이른바 '유니폼 시착쇼'라고 부른다. 여성 직원들은 이에 관련해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낀다", "가게에 진열된 물건이 된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시착 모델을 뽑으러 돌아다니는 담당자가 사내에서 몸매 좋고 예쁘다고 알려진 여직원을 찾아 다닌다. 이때 일부 여직원들에게 '몸매가 어떻다'며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앞서 레드캡투어는 지난 2016년에 과장급 직원이 여직원들이 유니폼을 갈아입기 위해 마련한 탈의실에 USB형태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탈의 장면을 찍어온 것이 알려지며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레드캡투어 내부에서는 유니폼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컨슈머타임스와의 전화통화와 메일에 따르면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유니폼은 당사 여직원만 착용한다"며 "남성 직원은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으며, 정장 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답변 했다. 이는 여성에게만 유니폼 착용과 치마 입기를 강요하는 규정으로 일터에서 여성의 성차별을 드러낸다.

네이버 금융에 따르면 2018년 매출액 기준 레드캡투어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이어 여행업계 3위를 지키고 있다. 레드캡투어는 범 LG사로 현재 오너는 고 구자헌 회장의 직계가족으로 아들 구본호 씨가 최대주주로 총 38.39%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은 총 74.26%에 달한다. 인유성 레드캡투어 대표이사는 지난 2002년부터 LG에서 근무한 LG맨이다.

2017년 미투(Metoo) 운동 이후 2년째가 다 되어 가는 현재. 이전보다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아직 일터에서의 성차별은 심각하게 존재한다. 이는 일하러 나온 여성들에 대한 무시나 비하라고도 여겨질 수 있어 더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고용 노동부가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보고서에 따르면「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 내 성희롱 판단기준의 기타 성희롱 행위를 보면 그 밖에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을 의미한다.

레드캡투어의 이 사안에 대해 고용평등상담실 중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먼저 "유니폼을 입게 하는 규정에 대해 일터에서의 성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여성직원은 치마를 입어야하고, 구두를 신어야 하고, 화장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업무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또 "특히 실제로 여성들의 체형은 매우 다양한데 특정 사이즈에 대한 선호나 규격을 내비친 것 또한 성차별적 요소다"라고 답했다.

이어 "또한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미적 기준을 직장 내에서 요구하거나 평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며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필요 이상의 '꾸밈 노동'이 강제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는 여성들이 일터에서 현재 성적 대상이 아닌 동등한 직장 내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또 "'몰카' 촬영 사건 역시 여성 직원들을 보는 시선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전했다. 이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직장 내 남성직원과 같은 동등한 작은 사회 구성원으로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유니폼 시착회에 관련해서는, 남성 직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여성 직원 유니폼 착용 강요, 또 치마를 입는 규정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그런데 이에 더해 유니폼 시착쇼를 위한 44사이즈 여직원 찾기 등은 충분히 성차별적으로 비치는 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정 사이즈에 대한 강요나 선호를 드러내는 것 역시 멈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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