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정복' 패러글라이딩으로 나는 하늘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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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정복' 패러글라이딩으로 나는 하늘 어때?
  • 김민정 여기어때 액티비티 큐레이터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7월 01일 1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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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수트를 입고, 모든 장비를 갖추고 맞바람을 기다린다. 잠깐의 고요가 활공장을 감싼다. 짧은 공백이었지만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불어오기 시작한 잔잔한 바람이 점점 강해진다. 윈드슬리브를 지켜보던 파일럿이 신호를 보냈다. 눈앞의 낭떠러지를 향해 이를 악물고 달려나갔다. 등 뒤에서 패러글라이더가 펼쳐지는 게 느껴졌다. 몇 걸음 더 내딛자 허공이었다. 내가 날고 있다!

■ 패러글라이딩이란?

패러글라이딩은 패러슈트(낙하산)와 글라이더의 중간 형태인 패러글라이더를 갖추고 활강하는 항공 스포츠다. 분해와 조립이 용이해 운반하기 쉽고, 글라이더의 활공성과 속도에 낙하산의 안정성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다른 항공스포츠보다 비교적 간단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다. 1984년 프랑스의 등산가 쿠아뱅이 개조한 낙하산으로 비행에 성공하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 위해서는 장애물이 없고 적당한 맞바람이 불어오는 활공장이 필요하다. 경사면을 달려 내려가며 날개를 펼칠 수 있어야 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높이도 요구된다. 활공이 시작된 후에는 산줄을 조정하고 바람의 방향을 잘 따르면 원하는 만큼 비행이 가능하다.

1986년 보급된 이후로 항공 스포츠 분야에서는 꽤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다. 서울 근교의 용인, 가평은 물론이고 영월과 단양, 평창, 제주까지 활공장이 들어서 있다. 보이는 풍경이 모두 다르고 활공장마다 활동하는 업체들도 다양하므로 취향에 맞는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혼자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는 초심자를 위해, 각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는 2인승 텐덤 비행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코스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10분에서 15분가량 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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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글라이딩 성지, 단양

단양을 감싸고 있는 소백산은 능선이 수려해 시각적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안정된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1년 중 300일 이상 비행이 가능해 패러글라이딩 성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성황리에 운영중인 여러 패러글라이딩 업체 중, 올해 4월에 새롭게 문을 연 단양패러글라이딩을 찾았다. 업력은 짧지만 1년의 준비기간 동안 진심으로 패러글라이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패러글라이딩 업체다.

활공장 정상의 사무실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눈에 띈다. 이미 다녀간 체험객들의 즐거움 넘치는 사진들과 달콤한 간식거리들에서 고객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작은 배려가 느껴진다. 사무실에서 친절한 환대를 받으며 안전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영상을 통해 체험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철저한 안전 교육을 듣게 된다.

다음은 복장을 갖출 차례다. 평소엔 걸칠 일 없는, 위아래가 붙어 있는 수트가 이색적이다. 파일럿의 도움을 받아 무릎 보호대와 헬멧을 착용하고, 배낭처럼 하네스를 매면 준비는 끝이다. 개인 준비물은 필요없지만 햇볕을 막기 위한 선글라스 정도는 지참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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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비행!

체험하는 사람이 앞에 서고, 뒤에서 파일럿이 산줄을 잘 갈무리해 든 채 선다. 신호를 보내면 힘차게 뛰어가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터라 언제라도 다리에 힘을 줄 수 있도록 몸을 긴장시킨 채다. 파일럿은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빠르게 걸으라는 이야기를 건넬 때도 있다며, 여러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 주었다.

이윽고 바람이 불어오고, 힘찬 외침이 들렸다. "뛰어!" 마음 같아서는 바닥을 박차고 힘차게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뒤에서 패러글라이더가 펼쳐지며 상당한 저항이 발생했다. 끙끙거리며 몇 걸음 더 내딛자 점점 속도가 붙었다. 파일럿과 호흡을 맞춰 빠르게 달려 나가자 어느새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허공을 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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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승이 스포츠카라면, 텐덤 글라이더는 대형 버스에요."

팽팽하게 펼쳐진 패러글라이더에 잠시 매달려있자, 파일럿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메고 있던 하네스를 조정해주었다. 파일럿의 말대로 금세 그네에라도 앉은 듯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긴장이 스르륵 풀리자 그때서야 눈앞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관이었다.

어디를 봐도 푸르렀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눈앞을 꽉 채운 산능선마다 빽빽하게 자라난 나무들, 단양 시내를 감싸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남한강까지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높은 하늘에 떠 있었으므로, 무엇도 시야를 방해하지 않아 자유롭게 어디든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행복했다.

착륙할 때가 되면 파일럿이 슬쩍 질문을 던진다. "진짜 재밌게 해드릴까요?"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패러글라이더 날개를 축으로 양 옆으로 추처럼 흔들리기도 하며 곡예비행을 맛보았다. 짜릿한 비행이 끝나고 나면 착륙할 시간. 파일럿의 착륙 신호를 듣고 다리를 쭉 펴면, 어느새 가볍게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다시 올려다본 활공장이 까마득하게 높다.

단양의 청춘 패러글라이딩에서는 매달 한 단체를 선정해 무료로 패러글라이딩 경험을 선사하는 사회 환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저 한 번의 체험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내 체험비가 누군가의 즐거움에 보태진다고 생각하니 더 뜻깊었다. 뿌듯함이 더해진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고 싶다면 청춘 패러글라이딩을 찾아가보자. 두 다리로 걷는 게 아닌, 실제 하늘을 날아보는 경험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깨닫게 해 줄지도 모른다. / 김민정 여기어때 액티비티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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