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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주의 금융파레트] 반려동물도 되는데…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왜 안되나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기사 출고: 2019년 06월 17일 오전 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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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우리 국민 5000만명 중 33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 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가입자 10명 중 6명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소비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지불한 뒤 보험금 청구서류를 작성하고, 영수증·진료비 세부내역서·진단서 등 필요서류를 떼 와야 한다. 이후 보험회사를 방문하거나 팩스, 스마트폰 앱 등으로 청구해야 한다.

이 과정은 가입자뿐만 아니라 보험사나 병원에게도 비효율적이다. 보험사는 가입자로부터 종이문서를 받아 전산으로 새로 입력하고 보관하는 업무가 늘면서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도 원무과 업무부담이 발생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일일이 서류를 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실손보험금 청구를 전산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이후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의료법 위반을 근거삼아 반발하고 있는 의료업계 때문이다. 의료법 제21조 2항은 의료인 등이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진료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청구 전산화를 위해선 의료기관이 보험사로 진료기록을 직접 송부해야 하는데 이것이 의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의료법을 저촉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료비 청구를 전산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험사와 의료업계가 서류만 만들고 소비자가 전송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보내는 형식이 되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업계는 이런 제안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의료업계의 이 같은 ‘덮어놓고 반대’식 행태는 사실상 그간 과잉진료를 통해 얻던 의료계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병·의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병원들이 치료비 부담 없는 환자들에게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한편 뻥튀기 과잉진료로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확인을 신청한 건수는 총 11만6924건이었으며 이중 과잉진료로 확인돼 환불이 결정된 건수는 4만1740건(35.7%)에 달했다. 환불금액은 116억원을 넘었다.

올 하반기부터는 반려동물도 진료 후 즉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진다. 이 상황에 반려동물 보호자는 마땅히 받아야 할 보험금을 절차 때문에 포기한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다. 의료업계는 밥그릇 챙기기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존재 이유인 환자들의 편익 제고를 위해 이번만큼은 한 발 물러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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