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영의 뷰티플] 우리가 모두 잠재적 게임 중독 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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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영의 뷰티플] 우리가 모두 잠재적 게임 중독 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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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자체가 병…연구·데이터 없이 일단 질병코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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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송가영 기자] "게임 많이 하고 그러면 이제 병이라는데 저희는 어떻게 되나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결정이 보도된 후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다. 업계를 드나들며 취재를 하던 기자들도 이와 비슷한 문자들을 다수 받았다.

소식을 접한 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TV에 연결해 조이스틱을 활용한 팩게임부터 CD게임, PC 온라인, 비디오 게임, 모바일 게임 등 안해본 게임이 없는 어린시절과 현재가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WHO는 게임을 오랫동안 혹은 자주하는 사람들에게 '병'이 있다고 명명했고 회원국인 한국도 이른 시일내 질병코드 도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한국 게임 산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안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 산업에 말그대로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다.

업계는 게임 자체를 '병'으로 규정한 것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개인이 일으킨 범죄의 원인은 게임이라는 공식까지 성립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질병코드 등재 소식을 접한 여론은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만큼 광적으로 게임에 몰입해 있는 사람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게임 또는 게임하는 행위 자체를 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단순히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 '오랫동안' 또는 '자주'라는 두루뭉술한 표현들이 과거와 다르지 않은 점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이 게임중독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라는 과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병코드 도입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WHO와 정부의 근거없는 질병코드 등재는 게임 개발자, 게임사, 이용자들, e스포츠 선수 그리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사람들을 병에 걸린 환자로 낙인찍고 이들에게 발생할 부정적인 일의 모든 원인을 게임으로 매도하는 셈이다. WHO와 정부가 게임과 게임을 할 자유가 있는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행보는 앞으로도 동의하기 어렵다.

논란만 안고 있는 질병코드를 무작정 도입하려는 정부는 지난 2011년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유해하고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도입된 '셧다운제'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다시 돌아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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