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을 공시한 주요 손보사들 가운데 메리츠화재만 유일하게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3%, 27%, 10%, 20%, 66% 감소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1분기 영업익 904억원, 순이익 65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 4.3%씩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실적 호조 요인으로 2015년 김용범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 펼쳐온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우선 업계 만성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자동차보험에서 과감히 손을 떼고, 장기 보장성 인(人)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올 1월 이뤄진 자동차보험료 인상에서 대부분의 손보사가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률을 3%대로 맞췄지만 메리츠화재는 업계 최고인 4.4%(개인 기준)를 올려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낮췄다.
대신 장기 인보험에서는 2017년 말부터 독립보험대리점(GA)에 파격적인 판매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보험 계약 인수 심사기준도 완화하면서 신계약 증가와 매출 확대에 집중했다. 그 결과 작년 4분기 장기보험 매출은 전년 대비 52.4% 급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이처럼 소위 돈이 되는 분야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치아보험 열풍을 주도했다. 당시 GA에 지급하는 시책(특별수당)을 고객이 납입하는 월 보험료의 4~6배까지 올려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손해율이 치솟자 지난해 말부터 텔레마케팅(TM) 채널 등에서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올 1월부터는 다이렉트(온라인) 채널에서 여행자보험 판매를 접었다. 보험사 입장에서 여행자보험 상품은 보험료 규모가 작아 회사 수익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 반면 휴대품 손해 보상으로 인한 손해율이 높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품 약관 내용이 복잡한 상품과 달리 여행자보험은 보장 내역이 단순해 자동차보험과 함께 다이렉트 채널을 통한 판매가 주를 이룬다. 보험료도 오프라인 대비 20%가량 싸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메리츠화재가 수익성 보전에 몰두해 일방적으로 판매 방침을 바꾸면서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김 대표 취임 이후 공격적인 영업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소비자보호에는 미흡한 모습"이라며 "이는 결국 고객들 혼란을 가중시켜 회사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