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다 잡았다던 롯데카드 놓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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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다 잡았다던 롯데카드 놓치나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5월 03일 0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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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인수가격 이견 커…마지막 '빅딜' 제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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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롯데카드 인수전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초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히던 하나금융지주가 되레 불리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지분 60%를 인수하고 우리은행이 20%,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보유하는 구조다.

현재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 가치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투자금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 측은 이번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 "인수금융(대출) 주선권 확보가 목적인 지분 투자일 뿐"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 인수전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MBK파트너스-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우세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MBK파트너스의 약점으로 꼽혔던 자금력은 우리은행이 인수자금의 20%를 대출해주면서 상당 부분 보완됐다.

앞서 하나금융은 본입찰이 진행된 지난달 19일 "증자 없이 1조원이 준비됐다"며 사실상 롯데카드 인수에 1조원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는 롯데그룹이 원하고 있는 롯데카드의 매각가격 1조5000억원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한 MBK파트너스가 하나금융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이 현재 가격 수준을 고수한다면 롯데그룹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력 구조조정 문제도 하나금융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는 2480명(롯데카드 1715명·하나카드 765명)이다. 신한카드(2639명)보단 적지만 업계 2위 삼성카드(2062명)보단 400명 이상 많다.

카드업계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당장 두 카드사 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반면 사모펀드로 들어가면 현 체제를 조금이라도 더 유지할 수 있다.

우리카드(636명) 직원 수가 하나카드보다 100명 이상 적다는 점도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이 앞서 제시한 인수자 선정 요인 중 하나인 '고용안정'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든 하나금융도 쉽게 물러설 순 없는 상황이다. 특히 3위 금융지주사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리금융에 롯데카드를 내준다면 향후 비은행 부문 강화 경쟁에서도 밀릴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에 하나금융이 인수전 막판에 재무적 투자자(FI)를 신규 유치하거나 인수가격을 높여 다시 제안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본입찰 신청을 마감한 롯데카드는 현재 자료를 검토 중이다. 통상 자료 검토에 2~3주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주 말쯤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우리금융 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며 "다급해진 하나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에 마지막 '빅딜'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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