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중국 고객 유튜브 항의에 백기…한국선 골프채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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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중국 고객 유튜브 항의에 백기…한국선 골프채 들어야?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4월 22일 0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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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법 도입, 배출가스 조작 의혹 등 이슈에 대응 '미지근'…중국선 3주만에 사태 해결
▲ 메르세데스-벤츠가 비교적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을 외국에 비해 홀대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메르세데스-벤츠가 비교적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을 외국에 비해 홀대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중국에서 자동차 제작 결함으로 항의한 고객에게 신차를 교환해주고 해당 대리점의 영업을 중단시키는 등 호되게 당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영업점 앞에서 차량을 골프채로 때려 부숴야 주목하는 실정이다. 강대국에 비해 수요층이 적은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실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작년 우리나라에서 7만798대를 판매했다. 전년(6만8861대)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2017년 이후 2년 연속 선두 업체였던 BMW그룹코리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BMW가 지난해 대규모 차량 화재 사태를 일으킴에 따라 반사이익이 나타난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BMW의 작년 실적은 전년 대비 15.3% 감소한 5만524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소비자들이 이 같이 벤츠에 호응하고 있지만 오히려 외국 소비자에 비해 홀대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시장의 규모가 벤츠 글로벌 사업장끼리 견줄 때 약소해 시장 중요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벤츠의 그간 행보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벤츠는 2017년 독일에서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기된 차량 300만여대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조치를 무상으로 실시했다. 디젤 차량의 요소수가 특정 상황에서 허용 기준에 미흡한 수준으로 분사되도록 소프트웨어가 설계됐다는 의심을 받은 뒤 내린 조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7월 환경부의 의혹 관련 조사가 개시됐음에도 9개월 째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 리콜 대상 가운데 △C200d △C220d △GLC220d 등 47종 11만349대 가량이 현재 우리나라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벤츠는 최근 전기차를 적극 보급하는 등 친환경차 정책에 나선다고 밝혔으면서도 배출가스가 허용 기준을 넘어서는 현상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한국형 레몬법(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을 사업에 적용하는 것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고객으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벤츠가 정작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는 무관심하다며 질타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벤츠는 독일보다 우리나라에서 S클래스와 E클래스 차종을 더 많이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31%를 점유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안전과 권익을 보장하며 판매국의 법과 제도를 존중해 이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츠는 그러면서도 전세계 판매량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고객들에게는 꼼짝 못하고 있다. 중국 내 벤츠 모델 판매량은 작년 글로벌 기록의 26.6%에 달하는 65만대에 달한다. 단일 국가 가운데 최대 실적이다.

이달 11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한 여성 벤츠 고객이 벤츠 영업점 내 전시된 차량 보닛 위에 앉아 직원들에게 성토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화제를 일으켰다. 이 고객은 지난달 27일 차량을 인도받고 출발하자마자 연료가 새는 현상이 나타나 벤츠에 신차 교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벤츠가 최초 계약 당시 했던 말과 달리 엔진만 교환해주겠다고 제안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여성은 벤츠 직원과 벌인 승강이를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고 결국 이를 본 시안 시장감독기관이 조사에 나섰다. 결국 벤츠는 고객에게 신차를 교환해주고 10년간 VIP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당 영업점을 무기한 영업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본사는 13일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여성이 차량 문제를 인지하고 최종 조치를 받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9월 한 고객이 광주 영업점에서 벤츠의 안일한 애프터서비스에 분노해 골프채로 차를 쳐부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당시 고객은 시동꺼짐 현상이 지속 발생함에도 벤츠 측이 교환·환불을 거부하자 차를 부수고 이 장면을 찍은 영상을 SNS에 올렸다.

같은 해 12월 국토부가 해당 차량을 진단한 결과 제작결함인 것으로 판명남에 따라 동일 모델 721대가 리콜돼 벤츠에 대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고객이 차를 부수고 리콜이 이뤄지기 까지 4개월 가량 걸렸다.

업계에서는 벤츠의 콧대 높은 태도가 언젠가 부메랑이 돼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은 고객에 대한 벤츠 본사와 로컬 딜러들의 공감 능력이 부족함을 보여준 사례"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판매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경영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일본보다도 벤츠에게 수익성 높을 정도로 뒤지지 않는 시장"이라며 "벤츠는 전세계적으로 균일한 고객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본사 뿐 아니라 지역별 딜러들이 이를 제대로 익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벤츠 코리아는 한국시장에 대한 본사 인식과 관련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레몬법과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당국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며 "레몬법에 대해서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으며 사전 준비를 신속히 완료해 관련법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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