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올 뉴 랭글러 오버랜드, 온로드마저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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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지프 올 뉴 랭글러 오버랜드, 온로드마저 개척하다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4월 21일 0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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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가속·제동, 박력 있는 디자인·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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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지프 올 뉴 랭글러 라인업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대면할 땐 마치 하나의 상징물을 만난 느낌이다. 4도어 오버랜드도 마찬가지다.

다만 투박하지 않은 유광의 다양한 외관 색상이 입혀지고 전작에 비해 조금씩 달라지는 세부 요소들은 차량이 질리지 않게 해준다. 지프만의 DNA와 보기 좋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전면부의 동그랗고 작은 눈망울 같은 헤드램프와 세로형으로 파인 폭포수 그릴을 통해 지프 헤리티지가 선명하게 계승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유리가 보닛에서 시작돼 가파르게 올라가고 루프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박스형태의 후면부도 여전히 투박하면서 강직한 인상을 만든다.

내부는 영화 쥬라기 공원이나 인디애나 존스에서 볼 법한 구식 SUV에서 좀 더 진화한 모습이 구현됐다. 디지털식 계기판과 전동식 사이드미러,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등은 첨단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시보드 중간 하단에 모여 있는 창문 조작 스위치와 동승석 쪽 대시보드에 달린 손잡이는 어김없는 오프로드 감성을 자아낸다. 끈을 당겨 시트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점도 색다른 매력 요소다.

▲ 널찍한 적재공간이 특이한 방식으로 개방되는 트렁크는 캠핑 욕구를 부른다.
▲ 널찍한 적재공간이 특이한 방식으로 개방되는 트렁크는 캠핑 욕구를 부른다.
뒷유리와 예비 타이어가 장착된 도어가 각각 위, 오른쪽으로 열리는 트렁크 문도 남다른 감성을 구현한다. 널찍한 트렁크의 각진 내부구조도 캠핑이나 오프로드 주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주행성능과 주행질감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젠틀하다. 시속 40~50㎞ 이하 중저속 주행 상황에서는 여유롭게 가속되지만 그 이후에는 힘 좋게 내달린다. 오르막 구간에서 중간에 가속 페달을 잠깐 뗐다 다시 밟아도 뜸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올라간다. 제동 성능이 생각 외로 점잖아서 놀랐다. 저항력 강한 브레이크 페달을 적당히 힘줘 누르면 서서히 감속되고 주행 중 정지 상태에 이르렀을 때도 덜컹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멈춰선다.

▲ 얇지만 지름이 큰 핸들은 차량 속력에 따라 무게감을 달리해 조작 편의성이 높다.
▲ 얇지만 지름이 큰 핸들은 차량 속력에 따라 무게감을 달리해 조작 편의성이 높다.
핸들이 차량 빠르기에 따라 다른 무게감을 구현하는 점도 편리하다. 저속 상황에서는 약간 무겁게 돌아가 조향 정확도를 높이고 중고속 상황에서는 서서히 가벼워져 방향을 민첩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속력이 빨라질수록 직진 안정성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조향기어비가 높아 이를 다소 상쇄해준다.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 안정감도 우수하다. FCA코리아에서 공터에 마련한 각종 장애물을 지나가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4륜 저속 구동 모드로 전환한 뒤 좌우 높이가 다른 모듈과 한쪽에 높게 솟은 경사로 등을 지났다. 좌우 높이가 다른 구간을 지날 때 차체가 수평에 가깝게 잘 유지되고 시트에 앉아있는 동안 위화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양쪽 바퀴가 회전 수를 조율하는 동안 통상 내부에서 들리는 큰 소음이 나지 않는 점도 신기하다. 한쪽이 높은 경사로를 지날 때도 안정적인 자세로 가볍게 지나간다.

오버랜드는 오프로드 뿐 아니라 온로드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일부 아쉬운 점도 있다.

▲ 탑승공간은 여유롭지만 시트가 굴곡없이 다소 경직돼 장시간 앉아있긴 어렵다.
▲ 탑승공간은 여유롭지만 시트가 굴곡없이 다소 경직돼 장시간 앉아있긴 어렵다.
코너링 할 때 속력이 약간 높아지면 차체는 치우치지 않지만 탑승자 몸이 한 쪽으로 쉽게 쏠린다. 시트가 차량 크기에 비해 콤팩트한 사이즈를 갖추고 있어 탑승자 몸에 들어맞도록 돼 있지만 시트의 등받이와 엉덩이를 받치는 부분이 평평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2시간 이상 달릴 경우에는 몸이 뻐근해질 수 있겠다. 함께 탄 일행은 평소 승차감이 좋은 세단을 타다가 오버랜드를 타보니 허리가 아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고속주행 상황에서 풍절음이 심하게 들린다. 시속 100㎞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 속력에서는 앞쪽보다 2열 좌석과 뒤쪽의 다양한 구역에서 소리가 난다. 심지어 2열 문 틈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오기도 한다.

이밖에 브레이크 페달이 가속 페달과 앞뒤간격이 멀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가 약간 불편하다. 사이드미러의 가로폭이 좁아 시야가 다소 제한되는 점도 있다.

각종 단점은 오프로드 주행 상황에서는 지장이 없는 부분들이다. 이는 오버랜드가 험로를 개척하는 정체성에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지만 도심형 SUV 또한 지향한다는 측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버랜드는 전반적으로 투박하게 야성적인 매력으로 어필했던 전작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도시인에 길들여진 명마같다. '지프=오프로드'라는 보편화한 명제는 올 뉴 랭글러 등장으로 어느 정도 허물어졌다. 반드시 오프로드를 달려야만 지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절은 갔다. 도심형 SUV의 안정성과 스포티함을 원하는 동시에 지프만의 아날로그 감성과 탐험 정신을 공유하고 싶은 고객에게 오버랜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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