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여수산단 기업 대기오염 측정치 조작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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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여수산단 기업 대기오염 측정치 조작 '배신감'
  • 김현우 기자 top@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4월 18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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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불법행위 사업장에 대해서는 검찰 송치, 엄정 처벌
▲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컨슈머타임스 김현우 기자]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대표적인 대기업이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 수치를 조작한 사건이 알려져 여수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환경부와 환경부 소속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7일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ㆍ황산화물 등을 속여서 배출한 여수 산단 지역의 기업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조사에서 적발된 업체는 LG화학 여수화치공장과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이다.

한화케미칼 여수 1공장은 지난 2015년 2월 25일 가열시설에서 질소산화물(NOx) 배출 농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값이 224ppm으로 배출허용기준(150ppm)을 크게 초과했다.

하지만 한화케미칼 여수 1공장은 측정 대행 업체인 정우엔텍연구소와 공모해 측정기록부에는 기준치 이내인 113.19ppm으로 낮춰 기록했다. 이런 방식으로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2년여에 걸쳐 총 16건의 측정값을 조작했다고 알려졌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 중 하나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작년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ㆍ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단 지역 다수의 기업들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ㆍ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을 적발했다.

이번에 적발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측정을 의뢰한 235곳의 배출사업장에 대해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하여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유)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이며, 이들과 공모한 배출사업장은 ㈜엘지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주) 여수1ㆍ2ㆍ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주) 광양태인공장, (유)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이다.

이번에 적발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여수 산단 등에 위치한 235곳의 배출사업장으로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측정을 의뢰받아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측정대행업체 대기측정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거나 1인이 하루동안 측정할 수 없는 횟수를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의 경우 실제 측정을 하지 않는 허위 측정으로 확인됐다.

또 측정을 의뢰한 대기업 담당자로부터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를 파악해 측정 조작의 공모 관계를 확인하는 등 4,253건에 대해서는 실제 측정값을 축소한 것을 적발했다.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한 4,253건에 대해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주요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되었다.

▲ 측정 결과 값 조작 내용의 카톡 대화
▲ 측정 결과 값 조작 내용의 카톡 대화
염화비닐 등 유해성이 큰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1,667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하였음에도 이상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

또 염화비닐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배출기준을 초과했음에도 기준 이내인 것으로 조작하여 강화된 배출허용기준 적용을 회피했다.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하여 대기기본배출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의 경우 유해성이 큰 특정 대기유해물질인 염화비닐이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학철 LG화학 대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를 지키고 있지만, 금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이번 사건이 당사 사업장에서도 발생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적시된 공모 부분에 대해 담당자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공모에 대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앞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 한화케미칼
▲ 한화케미칼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번에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에 공모관계 등이 확인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업체를 우선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4월 15일에 송치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송치할 계획이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대기오염 측정치 조작 사실이 알려지자 뉴스 내용을 분석하는 등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11시 GS 칼텍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도 높은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미세먼지는 산업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그동안 경영상 어려움을 핑계 삼아 저감 노력은 등한시해왔다"며 "국민을 속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한데 배신감을 느끼며 검찰 수사를 통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조작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스템 자체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초래한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책임을 사회적 비용으로 미루는 등 책임지지 않은 행태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시의회 여수산단 실태파악특별위원회도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과 관련해 진상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행기 특위위원장은 "우선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검토해 직접 해당 공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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