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아시아나항공 보낸다…새 주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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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아시아나항공 보낸다…새 주인은 누구?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4월 17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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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한화·애경·CJ가 유력 후보…인수 기업은 자본력·시장 이해도 갖춰야
▲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경영난에 시달려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업 정체성의 한 축을 이룬 아시아나항공을 결국 떠나보낸다. 업계에서는 그룹을 견인해온 30여년 역사의 종결을 아쉬워하면서도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를 이룩할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가액 1조~1조5000억원 예상, 부채 7조원도 떠안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은 15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매각은 기존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구주 매각)하고 새 주식을 발행해 제3자로부터 대가를 얻는(제3자 유상증자) 등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기업은 매수 자금을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수조원대 부채를 함께 책임져야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은 1조~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73만1813주에 15일 종가 기준 아시아나 주식 1주당 가액 7280원을 반영하면 5003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0억원 가량으로 매기고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항공 자회사 면허권의 가치까지 더할 경우 인수 예상치가 산출된다.

아시아나 부채 규모는 작년 말 기준 7조979억원에 달한다. 이날 기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만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아시아나의 새 주인은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고 재무건전성이 충분히 확보돼야만 아시아나를 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환율 등 경제적 외생 변수에 경영실적이 크게 좌우되고 안전, 서비스 등 사업 본연을 구성하는 요소를 다루기 까다로운 기업"이라며 "항공사를 운영하려는 기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룩하고 대외적 리스크에 대한 면역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SK·한화·애경·CJ, 어디든 아시아나와 시너지 도모 가능…관건은 자금·경영능력

현재 업계에서 아시아나를 인수할 것으로 거론되는 그룹은 △SK △한화 △애경 △CJ 등 네 곳이다.

이 가운데 SK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힌다. SK는 여러 산업군의 글로벌 단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항공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 현재 정보기술(IT), 무역, 반도체, 석유 등 주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생산·판매 사업에서 낸드플래시, D램 등 주력 제품은 100% 항공 수단으로 운송되고 있다. 제품 크기가 작아 화물기에 적재할 수 있고 수요처에 신속한 공급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항공업계에서 시스템·서비스 첨단화, 비용 절감 등을 취지로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 첨단 기술 등도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다.

SK그룹의 작년 말 기준 부채 규모가 68조5691억원인데다 자본 대비 비율이 134.7%로 비교적 건전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룹의 현금 지불 능력의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우수함을 뜻하는 유동 비율도 123.7%로 양호한 상태다.

한화그룹은 항공기 엔진 및 엔진부품을 다루는 계열사 '에어로스페이스'와 무역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 무역부문' 등에 대해 아시아나와의 접점을 도출할 수 있다. 현재 수출 경로 다변화와 운송 효율성 제고를 도모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을 둔 만큼 새로운 활로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운영하며 항공운송사업 역량을 입증한 애경그룹은 아시아나의 항공 분야 자산을 활용하는 노하우 측면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국내선 및 중단거리 노선 역량을 제주항공에 귀속시킴으로써 중장거리와 단거리 노선을 각 사가 운영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 노선 확대와 차별화한 서비스가 호실적의 관건이되고 있는 업황 속에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J그룹은 물류·신유통 사업(CJ대한통운), 식자재유통사업(CJ프레시웨이) 물류 사업에서 항공 운송 방식을 활용해오고 있다. 아시아나의 노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항공 물류 채널을 확장하는 성과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CJ가 최근 전세계 물류업계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는 점도 아시아나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다만 본지가 각 그룹에 문의한 결과 일제히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한화의 경우 향후 인수를 검토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못 박기도 했다. 그룹들이 짐짓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금호그룹의 아시아나 매각 결정이 이제 막 발표된 상황에서 인수 후 이익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재계 풀이가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를 인수하기에 최적인 기업은 우선 눈더미처럼 쌓인 부채를 해소할 능력을 최우선으로 갖춘 곳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업 측면에서는 현재 언급된 인수 후보 기업들이 각자 아시아나와 동반 성장할 만한 이점을 갖춘 것으로 본다. 다만 인수 뒤에도 아시아나의 사업 영속성을 지킬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과 교수는 "아시아나의 경영진 부재 현상이 이어질 경우 안전 이슈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아시아나를 조속히 인수할 수 있는 자본력과 함께 인수 후 아시아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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