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기관 경과와 임원 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1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중징계 조치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과 첨예하게 의견을 대립했지만 4개월이나 시간을 끌어온 끝에 결국 징계 수위를 한층 낮췄다.
그간 호언했던 중징계 방침이 왜 뒤집혔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금감원은 예상 밖으로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발행어음 관련 최초 제재 사례인데다 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들과 금감원 검사국의 진술·설명을 충분히 청취하고 제반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신중하고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금감원의 금융위원회 눈치보기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금융위 산하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금감원의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 제재를 놓고 법규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그간 금융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운영방식을 놓고 감정소모를 해온 상황에서 이번 징계 결정에 대해 금융위의 결정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사실상 금융위의 지휘를 받는 만큼 갈등이 장기화되는 측면을 우려한 끝에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도 금감원의 금융위 눈치보기에 날 선 목소리를 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에서의 답변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했다며 금감원의 경징계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금감원에서 말로만 떠드는 것이지 실제로는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이번 결정으로 단기금융업무 제도를 만든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결정에 앞서 '혐의없음'을 판단한 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가 미리 법령해석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외압이며 소위 말하는 '수사 가이드라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자금 부당대출 사건을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경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판매를 계속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결정은 금융투자업계가 향후 단기금융업무 제도를 지키지 않을 우려를 낳았다. 한국투자증권이 위법행위를 한 것이 맞는 만큼 엄중한 문책과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