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직접 두 모델을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우선 헤드램프의 윤곽선에 세밀한 변화가 적용됐다. 이전 세대에서는 그릴에서 얇은 세로폭으로 뻗어나오기 시작해 칼날 모양으로 넓어지는 형태를 보였다. 이에 비해 이번 모델에서는 그릴 쪽에서부터 일정한 폭을 유지해 뻗어나가 균형감이 강화했다. 또 헤드램프 아래 윤곽선에 살짝 패인 듯 윗 방향으로 굴곡이 생겨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통상 헤드램프 윤곽선이 매끈한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차별화해 눈에 띈다.
또 하단 에어 인테이크홀에서 전작은 수평선 형태를 유지해 강인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자아냈다면 신모델에서는 좌우 양단이 살짝 아래로 빠져 전면부에 완만한 엑스(χ)자 형상이 그려진다. 동시에 하단 그릴 부분 면적이 더욱 넓어지고 각이 더욱 강조돼 스포티한 감성을 구현한다.
대시보드 중간 영역을 가장 많이 차지하던 송풍구는 얇아진 대신 더 넓어진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다. 이 디스플레이의 왼쪽은 계기판을 향해 말려들어가는 곡면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세련됐다. 기존 동그란 시계 형태의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외관에서 강조된 각진 디자인이 적용돼 역동적이고 멋스럽다.
동승석 쪽 대시보드 아래 수납공간이 이전 모델보다 안으로 매립되는 형태로 만들어져 레그룸이 더욱 많이 확보됐다. 동승자가 시트에 앉은 채 가방같은 짐을 레그룸에 내려놓거나 들기 편하다.
기어 콘솔이 좀 더 직관적인 구성을 갖췄다. 주행모드 버튼 뿐 아니라 시동 버튼, 스탑앤고 기능 버튼이 기어 노브 주위에 놓여 조작 편의가 강화됐다.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는 다이얼이 기어 노브와 가까워져 한 영역 안에 묶여 있어 오른손 동선을 줄여준다.
320d의 주행성능과 주행질감은 동급 모델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수준을 보인다.
핸들은 가볍게 돌아가지만 현대·기아자동차 모델보다 약간 더 묵직한 느낌이다. 높게 설정된 조향기어비와 조향을 이뤄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비교적 탁월한 안정감을 발휘한다.
코너링도 매끄럽다. 속력을 높여 커브길을 지날 때도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잘 잡아주고 차량도 덜컹거림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잘 유지한다. 전장(4710㎜)은 쏘나타 뉴라이즈(4855㎜)와 더 뉴 아반떼(4620㎜)의 중간 수준인데 비해 휠베이스(2851㎜)는 세 모델 중 가장 긴 점이 안정적인 곡선 주행 성능에 한 몫 한 듯하다.
디젤엔진인데도 가속력이 국산차 가솔린 모델에서나 느낄 법한 수준을 발휘하는 점도 탁월하다. 변속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동시에 속력에 상관없이 매끄럽게 내달린다. 이에 더해 디젤 모델의 강점인 치고 나가는 맛이 어우러져 달릴수록 흥이 난다. 페달을 밟거나 급격히 뗐을 때 몸이 가볍게 시트로 묻히거나 앞으로 쏠릴 정도다.
제동력도 뛰어나다. 저속 상황에서는 물론이고 특히 빠르게 달리다 급격히 속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차량이 불안하게 앞으로 쏠리는 일 없이 부드럽게 감속된다. 완전 정지 상태에 이르기 직전 페달을 아주 미세하게 조작해야 덜컹거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긴 하지만 안전성이나 승차감에 있어서는 악영향이 전혀 없다.
정숙성이 경쟁 모델의 추종을 불허한다.
디젤 모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엔진 구동음이 작다. 최근 다른 디젤 차량은 흡차음재가 잘 적용돼 실내에서는 소리가 잘 안 들리더라도 바깥에서는 제법 우렁차게 들린다. 4기통(2.0ℓ)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을 갖춘 320d는 시동을 켤 때도 가솔린 모델 정도의 소리가 들린다. 저속으로 주행할 때도 엔진이 그르렁거리지 않고 정숙하다.
풍절음도 동급 모델에서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잘 차단한다. 바람 새는 소리가 아니라 타이어가 구르는 동안 노면으로부터 들리는 소리와 비슷한 종류의 음향이 미미하게 들리는 수준이다.
노면 충격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중형급 이상 고급 세단을 탔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안정감을 발휘하고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도 충격을 잘 흘려보낸다. 최근 탔던 소형 SUV와 비슷한 수준으로 약간 경직된 충격 흡수력을 갖췄다.
뉴3시리즈 320d가 다방면에서 가공할 수준을 발휘하지만 소소하게 아쉬운 부분도 발견할 수 있다.
또 HUD 화면은 타사 모델에 비해 넓은 면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방향이 전환되는 지점까지 남은 거리, 현재 속력 등 최소한의 정보만 표시되는 점이 약간 불편하다. 예를 들어 고속화도로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목을 지날 때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지가 HUD에는 표시되지 않는다. 음성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정확한 정보 확인을 위해 AVN 화면으로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점은 HUD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차선과의 거리에 둔감한 점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현대·기아차 주행보조시스템에 비해 차 바퀴가 차선을 거의 밟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핸들이 자동 제어된다. 옆 차선에서 이쪽으로 바짝 붙어 가는 차량이나 기타 돌발 상황을 고려하면 마음 놓고 기능에 의존하기는 쉽지 않겠다.
이밖에 문이 타 모델에 비해 약간 무거운 점도 다른 모델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문이 가벼운 모델이 나타나다보니 대조된다. 1열 사이드 송풍구에 둘러진 크롬 라인은 밝은 낮에 사이드미러가 보이는 유리창 부위에 반사돼 시야를 다소 방해한다. 방향지시등을 제어하는 스틱이 너무 뻣뻣해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 만으로는 힘이 잘 안 들어가 애써 핸들에서 손을 떼 조작해야하는 점도 아쉽다. 휠베이스가 쏘나타급 이상인데 비해 2열 레그룸이 덜 확보되는 점도 의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