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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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현자
  • 김현우 기자 top@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4월 08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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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콘리 지음 / 쌤앤파커스 /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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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현우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 공유경제의 총아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우버, 위워크와 함께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등극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5억 명(누적 사용자)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기업가치는 무려 34조다.

이처럼 1년에 수백 퍼센트씩 성장하는 회사에서 28세의 관리자가 24세의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일해야 할 때 가장 두렵고 답답한 것은 뭘까? 50명을 관리하던 관리자가 갑자기 3,000명을 관리해야 할 때,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2013년,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부티크 호텔 업계의 대부 칩 콘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사실 처음에는 베테랑 호텔리어인 그에게 '호스피탈리티'를 주제로 직원들에게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때마침 칩은 당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창업해 24년간 CEO로 일했던 자식 같은 회사를 팔고 방황(?)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은 에어비앤비에서 '멘턴'(멘토+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2017년까지 에어비앤비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견인하는 주역이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흥미진진한 인생 2막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 책의 저자 칩 콘리는 조심스럽게 '에어비앤비에는 있고 우버에는 없는 것'을 지적한다. 우버는 젊은 CEO가 추문으로 퇴출되고 경영진이 몰락할 때까지, 왜 아무도 그 사태를 미리 막지 못했을까? 반면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이렇게 별다른 잡음 없이 가파르게 성장했을까?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구글의 루스 포랏,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의 스승 빌 캠벨…,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들보다 15세 이상 나이가 많지만, 뛰어난 판단력과 장기적인 관점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주역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즉 '일터의 현자'들은 젊은이들이 급류를 통과할 때 하류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석에 대해 경고해주는 노련한 안내자들이다.

부연하자면, 사실 1960년생인 칩 콘리는 스탠퍼드에서 학사와 MBA를 마치고 26세에 '주아 드 비브르 호스피탈리티'라는 호텔 회사를 창업했다. 그 후 24년간 CEO로 재직하면서 '주아 드 비브르'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부티크 호텔 브랜드로 키워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비즈니스의 판도를 뒤집은 업계의 반항아로 유명세를 떨치며 베스트셀러도 출간했고, 세계적인 예술축제 '버닝맨' 이사회에도 참여했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셀럽이었던 그가, 브라이언 체스키의 러브콜을 받고 '에어비앤비'에 합류한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경영, 리더십에 관해 조언을 해주고, 아들뻘 되는 상사, 동료들에게 특유의 감성지능과 넓은 인맥, 노련한 업무진행으로 큰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이야기 아니냐고? 그 역시 처음에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활약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공유경제'가 뭔지, 에어비앤비가 무얼 하는 회사인지도 몰랐고, 우버조차 써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자칭 '구식 호텔리어'였던 그는 '나이는 절반밖에 안 되지만 머리는 2배나 더 뛰어난' 동료들에게 깜짝 놀랄 만큼 바보 같은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리더십과 협업, 소통에 관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베테랑이었다. 진정성과 업무스킬, 업계에서 쌓은 인맥을 이 젊고 혁신적인 조직에 전파했고, 얼마 후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및 전략 부서의 수장이 되었다.

IT는 1도 몰랐지만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흩어져 있는 수십만 명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접객의 노하우와 지혜를 가르쳤고, 관계자들 수천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축제인 '에어비앤비 오픈'도 개최했다. 한마디로 그는 젊은 직원들에게 '일의 본보기'를 보여주었고, 그러자 직원들은 개인적인 고민거리까지 들고 그를 찾아왔다. 진정한 '일터의 현자'가 된 것이다.

세대 간의 단절과 불신이 극에 달한 한국 사회에서도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 판단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상 최초로 다섯 세대가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된 이 시대에, 가장 핫한 기업일수록 지혜의 성숙자가 절실하다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이 책은 경험 많은 시니어들이 어떻게 다시 조직의 일원이 되어 '일터의 현자'로서 자신의 지혜와 역량을 전수해줄 수 있는지, 그러면서 어떻게 '관계를 재설정'하여 은퇴 후 30~50년을 가치 있게 보낼 것인지, 저자의 생생한 노하우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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